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4-12-30 17:23:16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인한 흉통은 위급 상황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이때는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열어 주어야 된다. 곧장 응급실을 찾아가든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환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체하는 경우가 많다. ‘명치가 아픈데’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체했나’ ‘전날 과음으로 인한 역류성 위염인가’하면서 소화제를 먹으며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환자 본인의 판단 착오로 흉통에 대한 응급조치가 늦어지면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역류성 위염, 폐색전증과 구분해야
흉통이 느껴지면 우선 심장 문제로 유발되는 통증인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잘 감별해야 한다. 협심증과 가장 흔하게 오인하는 질환이 역류성 위염이다.
보통 협심증은 운동을 할 때 심장에 통증이 생기고 양쪽 팔이 저린 방사통이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역류성 위염은 가슴 중앙으로 통증이 오고 바깥으로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역류성 위염이나 식도염은 과식이나 과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사 후에 곧바로 누우면 증상이 심해지고 바로 앉으면 좋아진다. 제산제 등을 먹어도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협심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폐에 혈전이 생기는 폐색전증일 때도 흉통이 유발된다. 폐는 심장 양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통증 부위가 정중앙인 협심증일 때와는 차이가 난다. 폐색전증은 숨을 들이쉴 때 통증과 호흡 곤란, 빠른 호흡이 동반된다. 출산 후, 수술 후 또는 암 환자에서 갑자기 시작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이 발생하면 폐색전증 가능성을 체크해 봐야 한다.
그 외에도 대동맥박리증이나 승모판 탈출증 등의 심장 질환이 있을 때에도 심한 흉통이 나타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 공급을 담당하는 관상동맥에서 동맥경화가 진행돼 혈관 반경이 좁아지고 충분한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통상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불린다.
동맥경화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가족력 등의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에서 나이가 들면서 급속히 증가한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 내벽에 지방이 축적되고 이곳에 염증 세포가 침투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이 형성돼 허혈성 심장질환을 유발한다.
협심증은 동맥경화로 혈관이 점차 좁아져 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가슴 중앙이나 왼쪽에서 압박감, 불편감, 통증 등이 나타난다. 주로 스트레스 상황이나 신체 활동 중에 발생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대동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수 과장은 “혈관 협착 없이도 흉통이 발생하는데, 변이형 협심증일 때가 그렇다. 최근 발병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혈관의 협착 없이 관상동맥의 경련 또는 수축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정밀 검사를 통해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근경색증은 동맥경화로 형성된 경화반의 파열로 혈전이 형성돼 관상동맥 내의 혈류가 차단된 상태로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어지러움,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이 급작스럽게 차단되는데, 치료가 지연될 경우 심장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즉각적인 응급 치료가 필요하다.
협심증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쉽게 비교하자면 협심증은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것이고, 심근경색은 갑자기 완전히 막히는 증상이다. 심근경색은 혈전으로 인해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의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심장 근육의 괴사 여부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구분하기도 한다.
협심증은 휴식을 취하면 흉통이 10분 이내에 사라지지만 심근경색은 30분 이상 계속되며 죽을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협심증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은 심근경색일 때에는 효과가 없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일상생활에서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신속히 의료기관에 방문해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 동반된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및 동맥경화 위험 인자를 파악한 후 심전도, 심장 초음파 등을 시행한다. 그 결과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되면 관상동맥 조영CT, 관상동맥 조영술 등의 정밀 검사에 들어가게 된다.
검사 결과 협착의 정도가 미미한 경우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인자 관리와 주기적 추적 검사를 권한다. 하지만 협착이 심한 경우에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통해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의 적극적인 시술을 하게 된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은 개복 수술 없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게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아직 혈류가 완전히 폐색되지 않은 협심증 단계에서는 심근 손상 정도가 제한적이어서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시술 등의 중재 시술을 하면 심근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에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힌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근 괴사가 진행되면서 심장 쇼크로 사망할 수 있어 응급 중재술을 시행해야 한다.
김병수 과장은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은 손목이나 사타구니 쪽으로 카테터를 이용해 관상동맥 내로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혈관의 막힌 정도를 평가한다. 협착이 심해 혈류 장애가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즉시 중재 시술을 시행한다”라며 “특히 급성 심근경색증의 경우 응급실 내원 후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관상동맥을 재개통함으로써 심장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