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2025-01-01 18:27:40
전국 대도시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 현상을 마주한 부산. 인생 2막을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보내려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증가와 신중년을 표방하는 ‘50+ 세대’의 등장에 주목한다. 교육·생활 수준이 높은 이들은 노인 세대에 빠르게 편입되면서 건강과 여가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노인 건강·여가 정책은 노인복지관 등 시설 중심에 머물러 있고, 다변화하는 고령자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액티브 에이징’과 ‘저속 노화’를 지원하는 쪽으로 노인 정책을 대전환하고 관련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건강하지만 여가 즐길 곳 없어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5월 부산 16개 구·군 자원봉사센터 등에 참여한 노인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산 지역 노인 사회활동 참여도 실태 조사’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물음에 ‘보통’은 45.8%, ‘건강한 편’은 41.8%, ‘매우 건강’은 5.6%로 조사됐다. 건강이 매우 나쁘거나 나쁘다고 답한 노인은 6.9%에 불과했다.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음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보낸다’가 22.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운동을 한다’ 14.7%, ‘공원이나 산에 간다’ 14.6%, ‘친구나 이웃을 만난다’ 13.8%, ‘복지관이나 경로당에 나간다’ 9.6%, ‘문화예술 활동·관람을 한다’ 7.0%, ‘TV·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한다’ 5.7%, ‘배우자나 손자녀 등 가족을 돌본다’ 5.0%, ‘독서, 음악 감상을 한다’ 2.4%로 조사됐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활발히 사회 활동에 나서는 노인들조차 건강하고 활력 있는 여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질병 진단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질병 없이 건강하다’가 47.1%로 가장 높았으며, ‘만성 질병이 있다’가 42.9%로 다음 순이었다. ‘질병은 없으나 허약하다’ 9.3%, ‘장애가 있다’는 0.7%였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10명 중 4명은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 질병에 노출돼 있어 이는 건강과 여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가의 시간·질 확장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노인복지관은 지난달 기준 모두 35곳이다. 전체 등록 회원은 25만 명에 달하고, 700여 개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며 하루 평균 3만 4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많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노인 여가가 여전히 시설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선 시는 노인복지관에서 노인 건강과 여가 정책의 변화를 꾀한다. 평일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을 올해부터 365일 확대 개방한다. 토·일요일, 공휴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휴게 공간과 취미 활동(바둑·당구 등)이 가능한 일부 시설을 개방하고, 주말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행 초기 노인복지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는 희망하는 복지관(10곳)만 연중 개방을 추진하고, 연도별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노인복지관이 신노년층 등 다양한 노년층의 건강과 여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용자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이용 시스템 개편도 추진한다.
노인복지관이 여가 시간의 확대라면, 시가 전략적으로 준비 중인 ‘하하캠퍼스’는 고령자 건강과 여가의 질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시는 금정구 부산가톨릭대 신학교정을 대규모 시니어 복합단지 하하캠퍼스로 조성하는 타당성 용역을 현재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마무리한다. 하하캠퍼스에는 운동장에는 인조 잔디를, 주변에는 트랙을 깔아 그라운드골프와 조깅, 걷기 등이 가능하도록 한다. 기존에 있는 테니스장은 피클볼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 이들 시설은 이르면 올 5~6월께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개방을 목표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클라이밍장 조성도 추진된다. 활동적인 노년을 위한 ‘액티브 시니어’ 코너를 둔 공공 도서관도 올 상반기 중 문 연다.
시는 내년 중 하하캠퍼스 완전 개방을 목표로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산책로를 개방했다. 또 마중물 사업으로 라인댄스 등 13개 에듀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으며, 동아리방과 건강센터 등 건강과 여가 보조 지원 시설도 지난해 11월 개방했다. 건강센터에서는 체력 증진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간호직 공무원 2명이 배치돼 있어 간단한 건강 검진과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해지는 실버 운동
초고령사회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대도시 부산에는 건강을 위해 활동적인 운동을 즐기는 노인들을 위한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땅뫼산 황토숲길을 비롯해 부산시민공원, 명지오션시티 명지해안방재림, 명지국제신도시 유수지, 정관신도시 소두방공원 등에 맨발 걷기를 위한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특히 부산은 해안 도시의 특성상 ‘슈퍼 어싱’이 가능한 해수욕장이 많다. 해운대·송정·다대포·광안리해수욕장 등 해수욕장의 모래 사장은 타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부산만의 맨발 걷기의 명소다. 부산시와 일선 구·군은 앞다퉈 맨발 산책로를 설치하고, 신발 보관소와 세족장 같은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파크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 가장 큰 규모의 파크골프장(4곳 72홀)이 있으며, 북구 화명생태공원 파크골프장(27홀),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18홀)과 사암 파크골프장(9홀), 사하구 장림 파크골프장(9홀), 기장군 물빛공원 파크골프장(6홀) 등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부산시 정태기 사회복지국장은 “노인복지관 365일 개방과 하하캠퍼스 조성 등을 통해 노년층의 다양한 건강·여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하캠퍼스 조성에 관심을 보이는 대학이 많은데, 부산시의 ‘15분 도시’의 비전에 맞게 권역별로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하캠퍼스에서는 그라운드골프 세계 대회도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