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미국, 지구상 가장 위대한 국가로"

트럼프식 미 우선주의 2.0 공개
외국 관세 부과 확대 방침 재확인
남부 국경엔 국가 비상사태 선포
“남녀 2개 성별만 있게 될 것” 엄포
현지 언론에선 “암울한 모습” 혹평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2025-01-21 07:16:1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그는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했다.


■국정 슬로건 역시나 ‘美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며 47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났으나 대선 결과 부정과 의사당 폭동 사태 등에 따른 4차례 형사 기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5 대선에서 완승, 4년 만에 화려하게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처럼 한번 대통령을 지냈다가 연임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22대 대통령을 거쳐 1893년 24대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민주) 이후 132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며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무역 시스템 재점검과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자국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관세와 수입을 징수하는 관세청을 설립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그는 남부 국경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불법 체류자는 단속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수백만 명의 범죄자, 외국인 범죄자가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며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고 서류 없이 입국한 사람들의 심사 대기기간 중 미국 내 체류를 불허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녀 2개의 성별만 있게 될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 때 강화된 성소수자 권익 증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취임사에서 ‘상식의 혁명’을 다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순차 서명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군대 사열 행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군대 사열 행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지 언론 “국내외 혼란 야기 혹평”

미국 언론들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과 주요 발언에 대해 "그의 취임식에서 보여준 힘의 과시는 트럼프의 '스트롱맨'(strongman) 페르소나와 전능한 대통령 권한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그의 두 번째 임기가 국내외에서 강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NBC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통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난 대선(2020년) 패배와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대한 수사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불만에 사로잡힌 사람의 관점에서도 얘기했다"면서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지자) 집회 연설의 주제와 불평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직 자신만이 살릴 수 있는 무너져가는 나라의 암울한 모습을 그렸다"며 "그는 취임사에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선호하는 고결한 주제나 통합적인 표현을 거의 생략하고, 종종 분열을 야기하는 일련의 정책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취임사에 대한 시사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평가를 전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E.J. 디온 주니어는 "나는 트럼프가 이번 2기 임기를 미국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할 기회로 보고 자신의 분노와 복수심을 뒤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어떤 말을 할 거라고 정말로 바랐다"며 "하지만 이번 연설은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다시 확인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는 역사적인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위한 선서를 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약속했지만, 취임사의 대부분을 자신이 '미국의 쇠퇴'라고 부르는 현상을 되돌리기 위한 강경 정책을 선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7대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은 종종 분열을 일으키는 연설을 통해 불법 이민과 문화 전쟁을 겨냥하며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복귀를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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