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5-11 16:06:14
국민의힘이 경선에서 선출한 김문수 대선후보를 일주일 만에 전격 교체하려던 ‘심야 강제 단일화’ 시도가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막을 내렸다. 무소속 한덕수 예비 후보를 새 후보로 밀어붙이려던 지도부의 시도는 한밤 중 초고속으로 진행됐지만, 최종적으로 당원들의 표심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15일 대선 후보 경선 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등 11명의 후보를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지난 5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문수 후보가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56.53%를 득표해 한동훈 후보(43.47%)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 오전 0시께,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초유의 절차에 착수했다. 김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쉽게 진전되지 않자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교체하려 한 셈이다. 지난 9일 오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은 30여 분간 단일화 2차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 측은 입장 차만 확인 한 뒤 협상은 결렬 됐다.
협상 결렬 1시간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정을 전후해 김 후보의 자격 박탈을 의결하고, 새로운 후보 선출 절차를 밟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오전 2시 30분 홈페이지에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띄웠다. 등록 시간은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이었다. 제출 서류는 32가지에 달했고, 국회 본관 지정 장소로 직접 제출해야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3시 20분 국민의힘에 입당과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한 후보는 입당 직후 “저는 외부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 지난 3년간 국정의 최일선에서 함께 싸운 동지”라며 후보 수락 메시지를 냈다.
오전 4시 40분, 비대위는 한덕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최종 의결했다. 7명의 비대위원 중 김용태 의원만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절차를 받아들이면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오전 9시 40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밤의 정치 쿠데타다.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도 없는 폭거가 벌어졌다”며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0일 낮 12시 35분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했다. 그러나 당원 투표 결과는 지도부의 계획을 뒤엎었다. 다수 당원이 교체에 반대표를 던졌고, 후보 교체 시도는 최종 무산됐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1시께 최종적으로 김 후보로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하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 절차를 마치고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그는 “지위와 권한이 회복돼 실익이 없다”며 “이제는 화합과 통합의 시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