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2025-05-11 17:56:22
‘국내 1세대 크루즈 시장 개척자, 드림호는 이제 물러갑니다.’
팬스타드림호가 2002년 4월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개통된 부산~오사카 노선에 취항한 지 23년 만에 일본 선사에 매각돼 국내 운항의 막을 내린다.
11일 팬스타그룹에 따르면 취항 당시 일본에서 건조 4년차 카페리 ‘선플라워호’를 들여와 부산~오사카 노선, 부산항 원나잇크루즈,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 등에 투입, 운항했던 ‘팬스타 드림호’가 다음 달 일본 선사에 넘겨진다. 팬스타와 일본 이시가키 현의 선사 ‘쇼센야이마’는 지난해 11월 드림호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이 선사는 드림호를 이시가키 현과 대만 기륭 항로에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톤수 2만 1688t에 객실 115개, 승객정원 545명인 드림호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낯설었던 크루즈 개념을 도입해 배 안에 라운지와 카페, 공연장 겸 레스토랑, 면세점, 사우나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단순히 목적지로 이동하는 운송수단에 그치던 여객선 수준을 넘어 승선 자체가 여행이 되는 크루즈 문화를 도입하고 싶었다”고 회고한다.
2004년 12월 오사카 운항 일정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부산항에서 광안대교와 초고층 빌딩의 야경을 선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부산항 원나잇크루즈를 만든 것도, 시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 연안 크루즈를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였다. 2016년 4월부터 매달 셋째 주말 일본 쓰시마 앞바다까지 다녀오는 대한해협 원나잇크루즈는 선내 면세품 쇼핑이 가능해 알뜰 쇼핑족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렇게 원나잇크루즈에서만 20만 명가량의 승객을 유치했고, 오사카 항로는 160만 명이 이용했다. 23년 동안 크루즈 문화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지난 4월에는 드림호의 뒤를 잇기 위해 부산 대선조선에서 새로 지은 럭셔리 크루즈 미라클호가 취항해, 크루즈 문화 저변 확대를 넘어 고품질 서비스의 길을 열어 가고 있다. 항로도 중국과 대만으로 넓혀 비정기 크루즈를 띄우면서 다양한 상품 구색을 모색한다.
팬스타그룹은 드림호 국내 운항 종료를 기념해 그동안 성원해준 부산 시민들에 대한 사은 이벤트로 〈부산일보〉 독자를 초청해 부산항 원나잇크루즈를 경험하게 하는 이벤트를 운영한다. 오는 14일과 16일 2차례에 걸쳐 부산일보 구독자 가족 8팀씩이 참여할 예정이다.
팬스타그룹 관계자는 “마침 가정의달을 맞아, 국내에서 마지막 드림호 항해에 그동안 성원해주신 시민들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무료 승선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크루즈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실험에 나서 국내 크루즈 문화를 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