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플라스틱 대책 발표됐지만… 현장에선 “현실을 잘 모르는 정책”

현장 혼선과 소비자 불편 우려 속
카페·장례식장 등 업계 불만 속출
“인력·비용 부담, 현장 혼선 불가피”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2026-01-04 15:50:12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플라스틱 빨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플라스틱 빨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없으면 안 돼. 밤에 밀려드는 조문객에게 빨리 대접해야 할 식사가 얼마나 많은데…. 컵이며 그릇이며 하나하나 설거지하려면 손목이랑 어깨가 얼마나 아플지 벌써부터 걱정이야.”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60대 근무자 A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손님맞이가 끝난 장례식장 입구에는 일회용품으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설치된 개수대는 그릇 수십 개를 한 번에 씻기에는 턱없이 작아 보였다.

지난달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환경부)가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표한 탈 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두고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력·비용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뿐 아니라 현장 혼선과 소비자 불편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환경부는 ‘컵 따로 계산제’와 ‘매장 빨대 사용 금지’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컵 따로 계산제는 음료 가격과 일회용 컵 가격 100~200원을 영수증에 분리해 기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음료 가격에 포함된 일회용 컵 비용을 소비자가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이를 통해 텀블러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고객이 요청할 때만 빨대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장례식장 내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음식 배달 용기 두께와 재질을 표준화하고, 택배 과대 포장을 막기 위한 포장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카페 등 일선 사업자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해운대구 개인 카페 사장 B 씨는 “컵 따로 계산제가 도입되면 일회용품 가격만큼 음료 가격을 올리거나 텀블러 이용객에게 무조건 음료 값을 깎아줘야 한다”며 “손님이나 매출이 줄어들면 결국 피해자는 자영업자 몫이 된다”며 한탄했다.

수영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C 씨는 “스무디처럼 빨대 없이 마시기 어려운 음료의 경우 사전에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빨대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객과 실랑이가 벌어질 게 뻔하다”며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빨대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현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방침은 현장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부산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일회용품을 못 쓰면 다회용기 구매량이 큰 폭으로 늘고 수도세도 급증해 장례식장 측 비용 부담이 막심한 데다, 채용해야 하는 직원도 2배 이상 늘어 유가족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조문객이 몰리는 시간에 설거지가 밀리거나 세척이 덜 된 식기가 나올 경우 서비스 질 하락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대국민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종합해 탈 플라스틱 종합대책의 최종안을 마련하고, 올해 초 관련 업계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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