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나설 때
다시는 못 볼 순간이라고 생각하라
아침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설 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라
밖에 나갔다가 밤늦게
늘 현관문을 열고 돌아오지만
언젠가는 현관문을 열고 돌아오지 못할 때가 있다
슬퍼하지 마라
누구에게나 현관문을 나서는 마지막 순간이 있다
현관문에서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던 그 순간이
다시는 못 볼 순간이 될 때가 있다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 (2025) 중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유한함을 되새겨봅니다. 당연하다 여겼던 순간들이 단 한 번뿐이며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숙연해지는 삶의 태도,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현관문에서 시인의 발견과 통찰이 가슴에 못처럼 박힙니다. 거부하고 싶은 마주침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예고 되어있는 이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미뤄선 안되겠단 마음도 웬지 다급해집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지금이라는 흔한 결구가 잘 벼린 칼날처럼 번뜩입니다. 믿고 있는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시 없을 거라면 오늘 지금 이 순간들이야 말로 축복일 것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하루에 감사하게 됩니다. 쉽지 않겠지만 욕심을 줄이고 겸손한 태도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