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큰 별인 요산 김정한 선생은 1908년 부산 금정구에서 태어났다. 일본과 서울 유학 시절을 제외하면 생애 대부분을 부산과 경남, 울산에서 보냈다. 〈사하촌〉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 등 그의 소설에 천마산과 구포 등 동남권의 지명과 구수한 사투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요산 선생은 궁핍한 농촌의 현실이나 부랑자 수용시설 등을 주제로 현실 참여 성격이 강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사회 활동도 활발했다. 조선문학가동맹, 조선예술연맹, 조선문화단체총연맹, 부산문필가협회(부산문인협회 전신) 등에 참여한 데 이어 전국지방국립대학 교수협의회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74년엔 유신 반대 개헌 서명에, 1987년엔 호헌 철폐 촉구 서명에 각각 동참했다. 남해공립보통학교와 부산공립중학교 교사를 거쳐 1950년부터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민주화 운동 경력 때문에 파면과 복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바쁜 집필 일정에도 부산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칼럼 등도 다수 선보였다.
요산 선생은 1996년 11월 28일 향년 89세로 영면에 든다. 올해는 그가 떠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그를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이 이어졌다. 2003년 생가 복원에 이어 2006년엔 요산김정한문학관이 개관했다. (사)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주도로 고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상 시상식과 문학축전도 해마다 열린다. 지난달 24~31일 열린 제29회 문학축전에서는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백일장, 소설 낭독대회, 문학콘서트, 심포지엄 등이 다채롭게 개최됐다.
특히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선생의 시 44편을 수록한 〈먼동이 튼다〉와 기존 산문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을 엮은 〈역시 길은 하나다〉 등 전집 2권을 새로 선보였다. 2008년 소설 전집 5권을 출간한 이후 18년 만이다. 이 두 권의 전집은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힘으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고인의 진취적 세계관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게 사업회 이사장인 이재봉 부산대 교수의 설명이다. 사업회가 올해 축전 슬로건을 ‘우리의 앞길에 무한이 열린다’로 정했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한다. 요산 선생이 강조한 ‘인간과 미래에 대한 믿음’은 요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절실한 화두다. 요산 정신이 더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자료 디지털화 등 향후 추진할 다양한 기념사업에 대해 부산시 등이 한층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