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배우 이상윤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 KBS2 '내 딸 서영이'(2012)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 세 글자를 알렸지만, 그의 인기는 '어머니들'에게 국한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는 최근 종영한 tvN '두번째 스무살'에서 차현석 역을 맡아 10~20대에게도 매력을 어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첫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운, 작품, 캐릭터 등 갖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연기에 있다.
이상윤은 비에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중 깊게 빠져드는 순간들이 몇 있었다"며 "20년 전 써놓았던 카드와 테이프를 보는 연기하는 순간, 하노라(최지우)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순간이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노라가 구름다리에서 할머니 장례식 고마웠다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대본으로 봤을 때는 노라의 말이 쑥 찌르는 느낌이었는데 최지우 선배가 감정이 확 오르게 연기를 해주니까 보는 나도 깊게 몰입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상윤은 자신마저 깊게 빠져들 정도로 차현석에게 몰입했고, 그 몰입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과 여운을 선사했다.
하지만 차현석 캐릭터는 그가 늘 맡아왔던 '착하고 따뜻한 남자'의 연장선이었다. 차현석은 까칠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늘 착하고 다정한,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남자였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윤은 '캐릭터 변신'을 더욱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앞으로 조금 더 망가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 더 망가지는 것에 대한 욕심도 있다. 또 좋은 사람보다는 더 나쁜 사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선한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것.
그는 "액션이나 시트콤도 도전해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SF영화가 제작된다면 그것도 해보고 싶다"며 "3면이 관객석과 마주 보고 있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 신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상윤은 "연기가 재밌나 보다. 뭣도 모르고"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연기가 마냥 재밌지 않은 순간이 존재했다. 이상윤은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였던 순간도 있었다"며 "특히 '내 딸 서영이'를 할 때는 주위에서 불안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 전까지 아들이나 동생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 그 작품을 통해 30대 남자로 변신해야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어?'라는 시선이 많았다. 나 자신도 나를 못 믿게 될 정도로. 그 순간에 어쨌든 부딪혀 보자 하는 데 까지 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기로 밀어붙여서 하나의 편견을 떨쳐 버렸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다음에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순간순간에 집중해서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은근히 오기를 부렸던 순간이 많은 것 같다. 그 하나하나가 쌓여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기 경력 8년 차의 이상윤은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81년생인 그는 올해를 넘기면 30대 후반에 접어들게 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가 작품 속에서 맡을 배역에 대한 문제도 고민할 시점에 도달했다. '내 딸 서영이' 때 30대 남자로 변신해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어느 순간 그에게도 '아버지'로 변신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자식을 둔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하고 연기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작품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간접경험은 많이 할 수 있겠지만 2세를 가질 계획이라면 실제로 경험해보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나름의 목표도 내비쳤다. 그는 "2년 전 생긴 목표가 하나 있다"며 "영화와 드라마 시상식에서 양쪽 모두에 후보로 오르고 싶다. 상을 받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후보에 오르는 것은 어떻게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느껴졌던 건 이상윤의 연기에 대한 욕심이었다. 만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전과 목표를 새로 설정해 나가는 태도가 눈에 띄었다. 그는 "현재가 배우로서 완전 만족한 형태는 아니겠지만 살아 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을 정도"라며 "충분히 연기를 해냈다고 생각하지만 판단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저는 뭘 맡겨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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