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운명’은 진짜 정해져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는 있는 걸까.
강풀의 동명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타이밍’은 예정된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시간 능력자들의 이야기다. 연쇄 자살이라는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능력자들의 이야기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 끝은 정해진 운명을 바꾼다는 것과 맞닿아있다.
영화는 미래를 꿈으로 예측할 수 있는 고등학교 영어교사 박자기의 시선으로 풀어간다. 어느 날 꿈속에서 대참사를 예견하지만, 박자기의 약점은 불길한 일들을 볼 수만 있을 뿐 때와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꿈속에서 본 또 다른 시간 능력자를 찾아내 도움을 요청한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지닌 고등학생 김영탁, 시간을 10초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회사원 강민혁,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장세윤 그리고 누구나 눈을 마주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승사자 양형사가 의문의 연쇄 자살 사건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모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해진’ 운명 때문에 수없이 좌절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간을 돌리고, 미래를 보더라도 운명의 벽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무기력하다.
'시간 능력자'라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완벽하진 않다. 각자만의 핸디캡을 안고 있다. 민혁은 10초를 돌리면 돌릴수록 죽음에 가까워지고, 영탁은 시간을 멈추면 숨을 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또 이들의 만남부터가 운명에 가깝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아픈 상처는 이들을 다양한 연결 고리로 묶는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따뜻한 인간미를 건네는 것도 매력이다.
이렇게 엮인 능력자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학교에서 벌어지는 연쇄 자살 사건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전해지는 쫀쫀한 긴장감이 상당하다. 또 미스터리에 더해진 공포 분위기는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결말로 가는 과정은 그리 매끄럽진 않다. 연쇄 자살 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에 기댄다. 방대한 원작을 100분으로 함축하는 과정에서 오는 한계 지점이다. 이 때문에 초중반의 재미와 긴장을 끝까지 이어가진 못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은 2005년 6월부터 11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돼 수천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작품. 2006년 독자 만화 대상 수상은 물론 가장 영화로 보고 싶은 웹툰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애니메이션은 제19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제19회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10일 개봉.
사진=효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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