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찬반 국민투표가 임박하면서 영국에서 EU 잔류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일 발표된 사회연구조사기관 냇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 반대가 53%로, 47%인 찬성보다 6%포인트 높았다. 일간 텔레그래프 의뢰로 ORB가 전화로 수행해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53%로, 찬성 여론(46%)에 7%포인트 앞섰다.
찬반 진영 연일 막판 총공세
반대 여론이 6~7%p 앞서
96개大 총장 잔류 공개 지지
소로스 "탈퇴 땐 파운드 폭락"
다만 유고브가 일간 더타임스 의뢰로 17∼19일 수행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44%로 반대 42%를 2%포인트 차로 앞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아직은 23일 투표 결과를 쉽게 예측할 만큼 여론이 한쪽으로 완전히 쏠리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여론이 우세했지만, 지난 16일 EU 잔류를 지지한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이후 잔류 여론이 탄력을 받아왔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는 국민투표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가능성을 지난 17일 60∼67%에서 20일 75%까지 끌어올렸다.
금융시장도 EU 잔류 결과를 점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달 들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가 잔류 진영이 힘을 얻으면서 반등했다.
국민투표가 임박해지면서 양쪽 진영은 연일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파는 이민·난민 이슈와 터키의 EU 가입 문제를 거론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EU 잔류파는 브렉시트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을 경고하면서 EU가 싫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호소하고 있다.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20일 유럽 서북부의 난민 위기와 남부의 재정 위기에 EU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북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정책이 정치적 혼란을 이끌고 남쪽에서는 그리스 때문에 유로존 위기가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연합의 회원국으로 왜 남고 싶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브렉시트 진영에 맞서 잔류 진영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이 엄청난 만큼 EU 안에 남아서 상황을 바꿔 나가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스카이뉴스에서 "나는 EU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도"이것이 이성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남아서 노력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인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96개 대학의 총장·부총장들은 이날 영국 유권자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브렉시트가 우리 대학과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EU 안에 있기에 우리는 더 강한 대학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억만장자 외환투자자 조지 소로스(85)는 영국의 EU 탈퇴 시 파운드화가 24년 전 자신이 공격했을 당시보다 더 폭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일 가디언 기고문에서 "브렉시트 결정이 난다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급전직하해 '검은 금요일'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낙폭은 1992년 영국이 유럽국가 간 준고정환율제였던 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서 탈퇴할 때의 15%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