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처음으로 연기에 욕심이 났어요."(인터뷰)

2016-07-04 10:39:53

"완전한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가수 출신임에도 안정된 연기력을 검증받았고, 훈훈한 외모는 덤이었다. 팬들로부터 '로코킹'으로 불릴 만큼 로맨스 드라마에는 이미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했다. 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배우 에릭은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을 만나고 많은 것을 깨달았고, 또 바뀌었다.
  
에릭은 "종영이 너무 아쉽다. 솔직히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또 오해영'을 거치면서 배우로서 큰 전환점 맞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감정'이 그랬다. 극 중 그가 맡은 역할은 외모와 능력을 갖췄지만, 누구보다 까칠하고 무뚝뚝한 음향감독 박도경. 감정 동요가 적은 인물인 만큼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폭이 작았다. 
 
그가 "박도경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단면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자칫 매력이 없어 보일까 싶어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았다. 감정을 표출해내려 애쓰기보다는 잔잔하지만 솔직한 감정을 가지는 것에 중점을 뒀다. 에릭은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상황에만 몰입해 내 감정을 가만히 가지고 있었다"며 "오히려 훨씬 더 좋은 장면이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그 공을 제작진에게 돌렸다. 에릭은 "정말로 남다르다"고 말한 뒤, "특히 한동현 영상 감독님은 각도와 영상미의 '끝판왕'이다"라며 "첫 촬영 2주 전부터 내 영상을 보며 앵글에 대해 연구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나는 눈코입이 크고 얼굴이 길어서 각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창 인터뷰를 진행하던 에릭은 "처음에는 괜히 독이 될까 싶어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가수 출신 출연자들이 많아서 확실히 동료애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익히 알려진 서현진과 전혜빈을 제외하더라도 그룹 리오로 데뷔했던 김지석, 심지어 이재윤 또한 가수 춘자의 곡을 피처링한 경험이 있는 '음악인'이다.
 
그는 "평소 작품을 진행하면서 종방연쯤이나 돼야 배우들과 가깝게 지내고 말을 섞는 성격"이라며 "그러나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정말 빨리 친해졌다. 처음부터 남 같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제 연기요? 70점,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오해영'을 만나서 처음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웃음)"
 


■ 에릭이 말하는 오해영과 오해영
 
동명 오해 로맨스라는 드라마 타이틀로 알 수 있듯 에릭은 극 중 각기 다른 매력의 오해영을 연기한 서현진 전혜빈과 호흡했다. 서현진은 어딘가 부족하지만 밉지 않은 '그냥 오해영'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샀고, 전혜빈 또한 극 초반 얄미운 모습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여린 '예쁜 오해영'을 연기하며 호평받았다. 두 달 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지켜봤던 에릭이 두 여배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화 멤버들이 서현진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러더라고요. '사기 캐릭터'라고. (웃음)"
 
그 만큼 모든 걸 갖췄단다. 에릭은 "서현진은 못하는 게 없는 배우"라고 전제한 뒤 "목소리도 좋고 무용을 해서 그런지 움직이는 동선도 좋다"며 "또 그렇게 예쁜 배우인지 몰랐다. 특히 화면에서는 '역대급'으로 예뻐 보이더라"고 표현했다. 미모와 연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녀의 배려심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빛났다. 에릭은 "5일 밤을 새우고도 항상 현장에서 밝은 모습이다"며 "나는 에너지를 비축하느라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서현진은 나보다 훨씬 많은 대사량에도 분위기를 띄우고 막내 스태프까지 챙긴다"고 전했다.
 
전혜빈에 대해선 '단단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무리 배우라는 직업이라고 할지라도 얄미운 역할을 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게 여자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예쁜 오해영(전혜빈)은 극 초반 그냥 오해영과 박도경(에릭) 사랑을 방해하는가 하면, 고교 시절 느끼게 했던 그냥 오해영의 상대적 박탈감을 그대로 재현했다. 물론 이후에는 오해가 풀렸지만 말이다.
 
그러나 전혜빈은 '그 어려운 것을' 담담히 해냈고, 진실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에릭은 "오히려 전혜빈이 '그냥 오해영'과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정말 단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이처럼 만족스러웠던 상대 배우와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 무엇보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까지. '또 오해영'은 에릭에게 '인생작'으로 불려도 될 것 같다. 
 
"한 건의 사고도 나지 않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는데, 시청률까지 잡은 경우는 정말 흔치 않거든요. 모든 게 들어맞았던 작품이에요. 인생작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진=E&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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