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대규모 투자 등 주요 현안들이 보류될 것으로 보여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삼성은 그룹 전반에 걸친 주요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중심으로 다루고, 계열사 현안은 전문경영인 주도로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사업 개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이 공식화됐다. 당시 6개월 이내에 로드맵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총수의 부재로 오는 5월 전에 밑그림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그 최종 단계로 거론된다.
장기 로드맵 구상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뤄왔던 올해 투자계획과 임직원 인사, 채용 등 연례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하겠다고 밝힌 미래전략실도 총수 유고 사태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부재 이후 경영에 대해 삼성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은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 구속후 삼성은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주도로 긴급비상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최 실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커서 재판 준비와 출석 때문에 예전과 같은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꾸려가겠지만, 삼성의 미래를 결정할 큰 결단은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일선으로 복귀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