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과 화물선에 투입될 교대 승선 선원을 가장해 자국민을 입국시킨 불법 체류자 브로커들과 한국인 고용주 등 2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김병수)는 베트남인 브로커 A(26) 씨와 B(26)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인 불법 체류자 19명과 자영업자 전 모(61) 씨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1월부터 2개월 사이에 베트남인 교대 선원 4명이 차례로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들은 입국 후 선박대리점 직원을 따돌리고 유유히 택시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거나 기다리고 있던 브로커와 만나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지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행적을 추적한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A 씨가 SNS를 통해 불법 취업자를 모집한 뒤 선박 대리점을 통해 제한적으로 입국이 허용되는 '관광통과 비자'를 받아 입국할 수 있는 '교대 선원'으로 위장했다. A 씨는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급여를 받아 수수료로 20% 가량을 가로채고 불법 체류자들에게 전달했다. 브로커들은 이런 식으로 많게는 8명까지 불법 취업자를 두고 있으면서 고액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 인도네시아인 불법 체류자의 경우 한달에 최대 420만 원까지 벌어들여, 자국 20개월어치 월급을 한 달에 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힘들고 급여가 적은 선원 생활보다 불법 체류자라도 이런 식으로 일하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밀입국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지난해 9월 감천항에 정박중이던 중국 선적 화물선에서 상륙허가증을 받아 입국한 뒤 잠적한 베트남인과 남항 묘박지에 있던 캄보디아 화물선에서 통선을 타고 부두가 아닌 방파제에 내려 도주한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도 추적해 검거했고, 이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조 업체에서 불법 체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세익 기자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