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즈밴드, 아바나 재즈 페스티벌 무대 선다

‘효정리 밴드’ 쿠바 공식 초청
공연·마스터클래스·컬로퀴엄
26일 개막 페스티벌 처음 참가
양국 수교 이후 첫 교류 ‘주목’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1-20 14:40:34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40회 2025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효정리 밴드'. 사진 왼쪽부터 퍼커셔니스트 이영훈, 피아니스트 장세연, 보컬리스트 이효정, 베이시스트 김대경, 드러머 알라인 사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40회 2025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효정리 밴드'. 사진 왼쪽부터 퍼커셔니스트 이영훈, 피아니스트 장세연, 보컬리스트 이효정, 베이시스트 김대경, 드러머 알라인 사마다.

부산의 ‘효정리 밴드’(HyoJeong Lee Band)가 한국과 쿠바 수교 이후 첫 민간 교류를 위해 오는 24일 아바나로 향한다. 4명의 젊은 한국 뮤지션과 1명의 쿠바 뮤지션으로 구성된 효정리 밴드는 주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번에 제40회 2025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다.

효정리 밴드 리더 이효정 보컬리스트는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쿠바 수도 아바나와 제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열리는 아바나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돼 메인 공연 2회, 재즈 클럽 1회, 마스터클래스 1회, 컬로퀴엄 1회 참여 및 발제를 한다”면서 “부산 뮤지션이 쿠바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공식 초청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해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지만, 아바나에 주쿠바대사관이 문을 연 것은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11개월 만인 지난 17일에야 이뤄졌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나마 드물게 있던 양국 간 민간 교류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오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40회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효정리 밴드가 지난 17일 오후 8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공간겟츠에서 프리뷰 공연을 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리는 제40회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효정리 밴드가 지난 17일 오후 8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공간겟츠에서 프리뷰 공연을 하고 있다.

효정리 밴드는 이효정을 비롯해 쿠바 출신 드러머 알라인 사마다, 피아니스트 장세연(동의대 음악학과 겸임교수·신라대 미래융합학과 음악전공 겸임교수), 베이시스트 김대경(부산예술대 출강), 퍼커셔니스트 이영훈(복합문화공간 겟츠 대표, 라틴 재즈밴드 겟츠 리더)으로 구성했다. 이효정은 “재즈 음악은 자유롭기 때문에 부산에서 활동하는 많은 훌륭한 뮤지션들을 다양하게 번갈아 가면서 제 밴드로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제40회 2025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 포스터. 제40회 2025 재즈 플라자 페스티벌(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 포스터.

‘아바나 재즈 플라자’로도 불리는 아바나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1979년 시작된 쿠바의 가장 저명한 음악 축제로, 라틴 음악의 뿌리가 된 아프로 쿠반(Afro-Cuban) 재즈에 기반을 두면서도 세계 각국의 재즈 스타일을 결합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라틴 재즈와 국제적인 영향력의 활기찬 융합을 선보일 예정이다.

효정리 밴드가 오를 무대는 재즈 페스티벌 메인 극장 중 하나인 베르토 브레치 극장(27일 오후 7시)과 파브리카데 아르떼 쿠바노(29일 오후 10시), 그리고 재즈 클럽 사우다데(28일 오후 11시)이다. 또한 이효정은 그의 밴드와 함께 ‘K팝의 재즈화: 음악적 창의성의 확장’을 주제로 열릴 마스터클래스(28일 오후 2시)를 열고, ‘음악 산업 내에서 여성의 역할과 도전: K팝과 재즈를 중심으로’ 콜로키움(30일 오전 11시)에서 발제도 맡는다.

'효정리 밴드' 보컬리스트 이효정. '효정리 밴드' 보컬리스트 이효정.

메인 공연에서 효정리 밴드는 이효정이 작사·작곡·편곡·노래한 오리지널 곡들과 쿠바의 국민 곡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한글로 번안한 버전, 밴드의 스타일로 편곡된 재즈 스탠더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효정의 오리지널 곡으로는 노동운동가 김진숙의 동명 책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서 블루지하게 표현한 ‘소금꽃나무’, 1970년대 웨스트 코스트 펑크 리듬으로 베타 걸의 목소리를 담은 ‘베타 걸 펑크’, 2019년 첫 싱글 ‘The Girl Eating A Wormy Apple’, 2022년 네 번째 싱글 ‘알고리즘’, 2016년 쿠바를 여행한 뒤 쿠바의 전통적인 단손(Danzon) 리듬을 녹여낸 ‘흔한 사랑 노래’ 등이 있다. 이효정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시립대 퀸스 칼리지에서 재즈 연주 석사과정을 마쳤다.

'효정리 밴드' 피아니스트 장세연. '효정리 밴드' 피아니스트 장세연.
'효정리 밴드' 드러머 알라인 사마다. '효정리 밴드' 드러머 알라인 사마다.

한-쿠바 수교 이후 처음 쿠바로 향하는 민간 문화예술 단체인 만큼 밴드 멤버들의 기대와 포부도 크다. 리더 이효정은 “‘빨리빨리’로 표현되는 한국과 달리 쿠바는 시간이 멈춘 도시 같았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느리게 살아가는 것들의 가치나 내추럴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되면 좋겠고, 반대로 쿠바 사람들은 제 노래를 통해 다양한 것들이 융합된,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피력했다. 장세연은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은 시점에 초청 공연을 갖게 돼 더욱 뜻깊다”면서 “특히 쿠바에 부는 K팝 열풍과 더불어 한국 뮤지션으로서 K팝이나 재즈를 알리는 것에 대해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알라인은 “코로나 직전 한국에 들어온 뒤 처음 돌아가는 것도 기쁜데 한국 뮤지션과 쿠바 재즈 무대에 함께 서게 돼 더욱 설렌다”고 전했다. 알라인은 아바나 대학에서 심포닉과 타악을 전공한 뒤 아바나에서 활동하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부산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이영훈과 김대경은 “양국 문화 교류를 잘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효정리 밴드' 퍼커셔니스트 이영훈. '효정리 밴드' 퍼커셔니스트 이영훈.
'효정리 밴드' 베이시스트 김대경. '효정리 밴드' 베이시스트 김대경.

한편 이들은 이번에 공식 초청은 받았지만 왕복 항공비 등 일체 경비는 자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양국 수교가 이제 막 시작돼 쿠바 재즈 페스티벌은 지원 단체 목록에 들어있지 않고, 재즈 아티스트는 순수예술 분야 지원 시스템 안에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글·사진=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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