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6-13 08:00:00
올여름 태풍과 극한 호우가 장기간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장을 앞둔 지역 축제장과 피서지에 비상이 걸렸다. 인명피해 발생 우려와 축제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지자체와 해양 관리기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평년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내리는 장맛비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3년 이후 기록을 살펴보면 역대 세 번째로 이른 장마다. 비는 13일 밤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며, 30여 일 이어질 전망이다.
잠잠하던 태풍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9시 베트남 다낭 동쪽 약 580km 해상에서 1호 태풍 ‘우딥’이 발생했는데, 국내에는 적잖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예전보다 이른 장마에 여름 축제를 준비하던 남해안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경남은 이번 주부터 크고 작은 여름 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진주시에서는 6월 13일부터 22일까지 정원산업박람회가, 14일부터 22일까지는 월아산 수국수국 페스티벌이 열린다. 또 남해 마늘한우축제(6/12~15), 거제 옥포대첩 축제(6/13~15), 하동섬진강문화재첩축제(6/20~22), 통영 연극예술축제(7/11~20), 거창국제연극제(7/25~8/3) 등도 관광객을 맞는다. 여름철 관광객 유입에 목을 매는 지자체들로선 여름 축제 성패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장마와 태풍이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경남의 한 지자체 간부는 “여름 축제는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되고 강이나 바다를 끼고 개최되는 형태가 많다. 비가 오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비 휴가지는 여름 축제가 관광객 확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데, 비가 오면 성과를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시설 파손이나 붕괴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목을 앞두고 관광객 맞이 준비가 한창인 피서지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비도 비지만 최근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과 극한 호우가 많아지고 있어 매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태풍 발생 빈도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25.1개였으나 지난해 기준 26개로 늘어났다. 특히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사람과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강도인 ‘매우 강’ 수준의 태풍은 같은 기간 7.2개에서 9개로 많아졌다.
극한의 호우 발생 빈도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시간당 100mm 이상을 쏟아붓는 호우는 2020년 기준 12회에서 지난해 16회로, 최근 5년간 33.3% 증가했다.
남해군 상주은모래비치 한 상인은 “피서지는 여름이 1년 장사인데 몇 년 사이 날씨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주말마다 비나 태풍이 왔고 극한 호우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다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줄고 있는데 날씨까지 안 도와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상 환경 변화는 여름철 안전사고로 직결돼 유관 기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국내 바다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1만 5086건이다. 이 중 4096건(27%)이 여름에 발생했다. 여름 사고 유형별로는 기관 손상 1300건, 부유물 감김 480건 등 순이다.
같은 기간 여름 해난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도 102명에 달한다. 지방해양수산청은 휴가철 다중이용선박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태풍과 극한 호우에 대비한 재난대응체계 구축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