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교생 ‘전략적 자퇴’ 증가세…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더 늘 듯

부산 일반고 ‘기타’ 사유 자퇴생
5년 만에 배 가까운 90% 상승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혼란 가중
“시교육청, 데이터 분석·제공해야”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2025-08-03 15:23:39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종로학원에서 열린 ‘2026 수시, 정시 대학 선택전략 특집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종로학원에서 열린 ‘2026 수시, 정시 대학 선택전략 특집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학업 부담과 입시 불안 속에 고등학교 자퇴를 택하는 수험생이 부산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도입 등 학사 제도 변화가 이뤄진 가운데, ‘지역균형전형’이 주요 입시 통로인 비수도권에서 ‘전략적 자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교육 당국 차원의 내신 분석과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일반고 자퇴생 5년 새 급증

3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KESS)의 ‘행정구역별 학업중단률 및 중단 사유’에 따르면, 최신 자료인 2023학년도(2023년 3월~2024년 2월) 부산 지역 일반고 재학생 중 ‘기타’ 사유로 자퇴한 학생은 556명이다. 2019학년도(292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배 가까운 9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7631명에서 1만 1488명(50.5%)으로 늘어난 전국보다 증가세가 월등했다. 자퇴 사유는 △질병 △가사 △부적응 △해외 출국 △기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기타’는 입시 전략 등을 이유로 한 ‘전략적 자퇴’가 대부분이다.

실제 구·군별로 보면 학구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일반고에서 ‘기타’ 자퇴가 두드러졌다. 2023학년도 기준 부산 해운대구가 86명(재학생 중 1.64%)으로 가장 많았고, 동래구 75명(1.05%), 남구 70명(1.7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부산의 한 정시 전문 입시학원 수학 강사 A 씨는 “고2 1학기 정도가 되면 자신의 내신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해 자퇴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반에 1~2명 정도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학생이 있다”고 전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는 올해 전국적으로도 관측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입학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259명으로, 전년보다 37% 늘며 최근 8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주요 10개 대학에서도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이 785명에 달해 역대 최다였다.


■내신 5등급제 도입… 추세 이어질 듯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전략적 자퇴 흐름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 11%까지가 2등급이었지만, 5등급제로 바뀐 뒤에는 이 기준이 각각 10%, 34%로 넓어졌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의 성적이 새 체제에서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수시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틈을 타 일부 입시업체는 ‘내신 과목에서 2등급 하나만 받아도 최상위권 대학 진학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공포 마케팅을 앞세워 조기 자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산 등 비수도권은 지역균형전형이 주요 입시 통로로 작동하는 탓에 내신에 대한 압박이 더욱 크다. 지역균형전형은 수도권 대학이 비수도권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제도로, 교과 성적을 정량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검정고시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학교 대신 자퇴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과거에는 자퇴가 학교나 집단 생활에 부적응했다는 ‘낙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성적 우수자가 내신 부담을 피해 정시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퇴 부추기는 ‘정보 부족’ 해소해야

지역 교육계는 내신 5등급제 도입 이후 등급 해석 기준이 불명확하고, 학교마다 성취도 분포가 달라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제도 속 성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체계적으로 분석하거나 안내하는 공적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의대 정원까지 다시 줄어들며 입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달 중순부터 학교별로 개학이 시작되면, 1학기 성적에 2등급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학하지 않고 자퇴를 택하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교육 당국이 나서서 학교별 내신 성적을 분석하고 바뀐 제도 아래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1등급을 받은 학생 수가 적게 나오고 있어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등이 앞장서서 학교별 내신 평균과 등급 분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9등급제와 차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등급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와 지원 가능한 대학을 통계 기반으로 명확히 안내해야 자퇴 확산을 막고 수험생 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