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온라인 시대가 불러온 '오프라인의 역설'… 책, 스타일이 되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2026 서울국제도서전’ 첫날부터 구매 열기
2030 세대 압도…소비·공공 경험의 장으로
산지니·뮤트스튜디오 등 부산서도 8곳 참여
김혜경 여사·문재인 전 대통령 방문도 눈길
수요 감당 못 하는 공간 한계는 해결할 과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6-25 10:57:59

부산 지역 출판사들은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와 연합해 한 부스에 모여 있다. 참여 출판사는 공공북스, 냥이의야옹, 고양이함수, 뮤트스튜디오, 씨엘미디어, 해피북미디어 등이다. 맨 왼쪽은 독립 부스로 참여한 산지니 강수걸(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회장) 대표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지역 출판사들은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와 연합해 한 부스에 모여 있다. 참여 출판사는 공공북스, 냥이의야옹, 고양이함수, 뮤트스튜디오, 씨엘미디어, 해피북미디어 등이다. 맨 왼쪽은 독립 부스로 참여한 산지니 강수걸(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회장) 대표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창비 부스 독자 참여 메모월(Wall)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창비 부스 독자 참여 메모월(Wall)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입장에 앞서 온라인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이 입장권 교환을 위해 대기 중인 줄이 끝이 안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입장에 앞서 온라인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이 입장권 교환을 위해 대기 중인 줄이 끝이 안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독서 인구 감소라는 통념이 무색해지는 풍경이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인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는 시작 전부터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웠다.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도착했지만, A홀과 B1홀로 이어지는 외부 로비는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빼곡했고, 줄의 끝은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관람객의 연령대였다.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듯, 2030 세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관람객들 양손에는 책이 든 쇼핑백과 각종 굿즈가 들려 있었다. 독서가 다시 하나의 ‘스타일’로 인식되는 시대, 이 도서전은 그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렸다. 사진은 민음사 부스. 결제 줄을 안내하는 직원도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렸다. 사진은 민음사 부스. 결제 줄을 안내하는 직원도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 창비 부스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인 관람객들. '결제 줄'을 안내하는 직원이 '계산'이라고 쓴 안내 깃발을 들고 서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 창비 부스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인 관람객들. '결제 줄'을 안내하는 직원이 '계산'이라고 쓴 안내 깃발을 들고 서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입장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스 사이를 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질 만큼 인파는 촘촘했다.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창비, 김영사 등 주요 출판사 부스마다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부스에서는 ‘결제 줄’만을 관리하는 별도 스태프가 배치되는 이례적인 장면도 펼쳐졌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구매’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도서전은 분명 소비의 현장이기도 했다.

교보문고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교보문고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문학과지성사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문학과지성사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마음산책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마음산책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무거운 책 짐을 맡아주는 '짐(책) 보관소'를 운영한 안전가옥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무거운 책 짐을 맡아주는 '짐(책) 보관소'를 운영한 안전가옥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윌북은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윌북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콘셉트로 심슨 도넛 책빵을 오픈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부스는 끊임없이 관람객을 끌어들였고, ‘책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전가옥 부스처럼 독서 경험의 편의를 확장하는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밀리의서재는 10주년 기념 부스를 통해 구독형 독서 플랫폼의 성과를 시각화했고, 윌북은 ‘심슨 도넛 책빵’ 콘셉트로 전시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책은 더 이상 정적인 매체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와 토크, 팝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독서는 점차 개인의 내면에서 공공의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 출판사 산지니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출판사 산지니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이보리 뮤트스튜디오 대표는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부스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보리 뮤트스튜디오 대표는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부스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지역 출판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했다. 산지니는 단독 부스(A302)를 운영하며 매일 북 토크를 준비했고,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A801) 부스에는 공공북스·냥이의야옹·씨엘미디어·고양이함수·해피북미디어·뮤트스튜디오 등 7개 출판사가 참여해 지역 출판의 결집된 힘을 보여줬다. 특히 뮤트스튜디오는 이번 도서전을 위해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정철교 지음), <사물들, 다양체의 관능들>(강선학 지음) 등 신간 4종을 최초 공개하며 적극적인 독자 접점을 시도했다.

산지니 강수걸 대표의 말은 이러한 흐름을 압축한다. 이제 출판은 단순히 책을 만들어 유통하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를 섭외하고, 독자를 만나고, 현장에서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하나로 묶인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 구조가 오히려 오프라인 접점을 더 중요하게 만든 역설 속에서, 도서전은 그 교차점에 서 있다. 다만 그는 현재 코엑스 전시 공간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하며, 출판 생태계 확장을 위해 공간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과밀에 가까운 전시장, 제한된 부스 수, 그리고 참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출판사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무엇이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돌베개 x 평산책방 부스를 찾은 김혜경 여사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돌베개 x 평산책방 부스를 찾은 김혜경 여사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돌베개 x 평산책방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돌베개 x 평산책방 부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 사인회를 알리는 '오늘의 도서'.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 사인회를 알리는 '오늘의 도서'. 김은영 기자 key66@
길벗어린이 부스에서 진행 중인 작가 북 토크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길벗어린이 부스에서 진행 중인 작가 북 토크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빈국인 프랑스 부스. 프랑스관은 약 1만 2000여 종의 도서를 선보이며 프랑스어와 미식 문화를 소개한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빈국인 프랑스 부스. 프랑스관은 약 1만 2000여 종의 도서를 선보이며 프랑스어와 미식 문화를 소개한다. 김은영 기자 key66@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책은 삶의 중요한 길잡이였다”며 독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돌베개 x 평산책방’ 부스를 찾아 <문재인의 독서노트>, <문재인의 필사노트>, 신동호 작가의 에세이 <대통령의 독서> 등 세 권을 구매했다. 현장에서 “이 책을 누구에게 전해줄 예정이냐”는 질문에 “우리 남편”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스를 찾아 관람객과 만났다.

한국을 포함해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책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매체임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입장권(15만 장)이 개막 전에 매진돼 항의 사태를 빚은 빚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흥행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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