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실 → 중앙 종속 → 자생력 상실 … 재정분권 절실 [다시, 지방분권]

① 재정·조세 자율성 핵심

비수도권 재정자립 역대 최저
정책 주도권 상실 중앙 눈치만
지자체 주도 성장 자율성 관건
지방세·지방교부세율 상향 등
조세 제도 개편, 자립도 높여야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2026-01-14 20:30: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새해 신년사에서 대한민국 5대 대전환 방안을 밝히면서 ‘균형발전’을 가장 앞으로 내세웠다. 여기엔 가속하는 지역 소멸이 대한민국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5극 3특 정책을 기반으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대전·충남에 이은 광주·전남 광역단체 통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균형성장을 앞세운 정책 추진에 호평이 잇따르지만, 이 같은 정책만으론 ‘지역 자생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건은 ‘재정’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과 행정 통합만으론 지방 쇠퇴의 흐름을 막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2000년대 초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돼 왔다. 지난 20년간 약 155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됐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인구 유입 등 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국가 차원의 지역 소멸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만이 수도권 일극 체제 대응의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비수도권 지역이 재정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의 ‘시혜적’ 지원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지역은 자생력을 잃게 된다. 결국 정책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부분적 재정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 주도 성장’ 단어에도 지자체의 자율성이 포함된다. 다만 현재 조세 제도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조세 등 재정 정책의 자율성 없이는 비수도권의 소멸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5 대 25 수준으로, 2023년 총 조세 중 국세 비율은 75.4%에 달했다. 비수도권 지자체 상당수가 평균 재정자립도에 미치지 못해 중앙정부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자립도는 재정분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지난해 비수도권 재정자립도 수준은 역대 최저로, 처참한 지방재정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서울 재정자립도는 73.6%, 경기도는 55.7%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제2도시인 부산은 평균 아래인 42.7%에 그쳤다. 부산 재정자립도를 예로 들면, 전체 예산 100 중 부산시가 42.7만 스스로 벌고 나머지 57.3은 중앙정부 지원금이나 교부세 등 외부 도움으로 충당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절반 이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충당하고 있다. 부산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은 중앙정부 ‘주머니’만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앙과 지방의 수평적 관계가 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방세 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주요 세목 비율을 지자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세 제도 개편이 절실한 배경이다. 지자체의 세입 기반을 보장해 주고 이를 정부가 강화해 줘야 지방의 ‘자립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도 뒤늦게나마 재정분권을 위한 발판 마련에 착수했다.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지방교부세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개혁 수준의 지방세율 대폭 상향보다는 안정적인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조차도 국세 수입 감소 문제로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방소비세율 상향 등을 통해 현 ‘7.5 대 2.5’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7 대 3으로는 재정분권을 이룰 수 없다고 전망하지만, 이번 지방세율 상향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경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비수도권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일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지방 정부의 재정 운영 개편안도 내놨다. 지자체에서 예산 전용이 어려운 ‘시설비’ 예산을 다른 사업에도 쓸 수 있도록 개선해 지방재정의 이월과 불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지방 자율재정 예산 규모를 3조 8000억 원가량에서 약 10조 6000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려 자율성을 대폭 확대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더 지원하는 ‘지역 인센티브’안을 통해 비수도권 지자체의 재정 문제를 일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방교부세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방교부세율은 국가가 걷은 국세 중에서 일정 비율을 지자체에 나눠주는 비율을 뜻한다. 현재 국세의 약 19.24%가 지방교부세율로 배분되고 있다. 이는 19년째 동결돼 있다. 지역 소멸이 진행 중인 상황 속 중앙이 지방에 나눠주는 돈은 묶여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현행 19.24%를 22~23%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이 역시 지방세율 상향과 비슷하게 급격히 인상할 경우 국세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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