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高스피, 6000 찍고 7000 고지 오르나 [비즈앤피플]

한 달 만에 5000→6000P 상승
거침없이 질주하던 코스피
중동 악재에 급락 후 급등 요동
삼전·하닉 건재, 수출 전망 견조
‘6000 재탈환’ 하루 만에 가시권
증권사, 연말 7200P까지 전망
중동 분쟁 장기화·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2026-03-08 08:00:00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6000P(포인트) 고지를 넘어 7000P를 향해 질주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주식시장으로 떠올랐던 코스피(유가증권시장)가 이달 들어 대외 악재를 맞아 급락 후 급등하는 등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파안대소했던 동학 개미들의 입가에도 잠시 웃음이 사라졌다. 새 정부 들어 5000P 달성을 목표로 했던 코스피는 지난해와 올해 전 세계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내달렸고, 마침내 지난달 말 6000P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코스피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며 새로운 레벨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시장에서는 “이제 7000P를 논할 시점이 왔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와 미국의 관세 위협 등으로 조정 국면을 나타내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급격한 상승에 따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경계론까지 동시에 고개를 들며 7000P 고지 점령을 노렸던 코스피의 향방도 안갯속이다.

4000→5000 3개월, 5000→6000 1개월

코스피는 지난달 25일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6000P를 돌파했다. 5000P를 최초로 경신한 올해 1월 27일 이후 한 달 만의 일이다. 시가 총액도 한 달 만에 75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장중 6347P를 터치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0P 증가가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은 역대 가장 빠른 속도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00P에서 2000P까지는 18년 4개월, 2000P에서 3000P까지는 13년 5개월, 3000P에서 4000P까지는 4년 9개월, 4000P에서 5000P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6%로, G20 국가 중 압도적 1위였다. 상승률 2~4위였던 남아공(38%), 브라질(34%), 이탈리아(32%)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코스피는 올해도 1~2월 44% 상승해 튀르키예(25%), 브라질(19%), 일본(14%)을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해 1월 1일을 100으로 환산한 주요국 대표 지수 수익률에서도 코스피는 254로, 대만(가권) 152, 일본(니케이225) 144, 중국(상해종합) 126, 미국(나스닥) 119, 미국(S&P500) 117을 크게 앞질렀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3월 증시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코스피 연내 상단 전망은 대체로 6500~7200P로 낙관적인 전망이 대다수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경우 지수 레벨 재평가가 가능하다” “단기 과열 부담은 존재하지만, 반도체 중심의 이익 개선 흐름이 유지되는 한 중기 추세는 훼손되지 않을 것” 등의 전망을 내놓았다. 대신증권은 지난 3일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5800P에서 7500P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변동성 장세… 당분간 조정·하락 불가피?

이달 들어 코스피는 화려한 지수 상승의 이면에 드리워져 있던 잠재적 악재들이 잇따라 돌출하며 강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면서 시장은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와 함께 대외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의 급부상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동 불안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한국 수출 비중이 큰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더해지며 변동성을 키웠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잇따라 순매도해 온 것도 고점 인식 구간에 진입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코스피가 폭락한 지난 4일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장중 78.23까지 치솟기도 했다. VKOSPI는 코스피 시장에 대한 공포와 불안, 고변동성을 수치화한 것이다. 20~30대가 안정 구간, 50 이상이 공포·불안 급등 구간으로 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뛰어넘는다.

코스피가 장중 60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직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장중 6000포인트를 넘어선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직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6000 재탈환 후 7000 갈까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건재와 반도체 업계의 호황, 조선과 원전, 방산을 중심으로 한 수출 주력 업종들의 낙관적인 업황 전망,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에 따른 부동산 유동 자금 유입 등 대내외적 조건이 코스피의 6000P 재탈환과 7000P 달성에 여전히 유효한 요인이라고 본다. 또 기업 실적 전망을 수치화한 선행 EPS(주당순이익)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건실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한 코스피는 다시 상승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이 뚜렷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모멘텀은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고, 코스피 지수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아울러 증시 관련 정책도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지난달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달 중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를 통해 실적의 추가적인 레벨업과 밸류에이션 개선 가속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조정장이 중동 사태의 장기화 우려에 따른 현금 등 안전 자산 선호, 위험 회피 등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주도주에 대한 가치와 긍정적인 전망이 불변인 점,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한 점,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초반으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율 안정과 반도체 호실적, 두 축이 유지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한투자증권 PWM부산센터 이호석 팀장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는 물론 자국 내 반발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증시 하락을 방어하고 상승 모멘텀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을 준비하던 수요가 중동 사태 등 대외 여건 변화와 맞물리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지만, 반도체 등 호황에 접어든 업종들의 실적은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대외적인 악재들이 빠른 시간 내에 해소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코스피가 다시 상승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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