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국립해양박물관, 콩세계과학관, 국제커피박물관, 깡깡이마을박물관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2026-03-06 07:00:00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박물관이 거기서 거기지 특별한 게 있겠어? 이 지역에 가도 그렇고 저 지역도 그렇고, 죄다 비슷비슷하지 않아?”

아직도 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국립박물관에서부터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박물관, 심지어 법인이나 대학, 개인 박물관까지 운영 주체는 물론 수집품의 내용도 다양하다. 박물관 투어가 여행 트랜드로 자리매김한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다. 특이한 박물관이나 우리 주변 보석 같은 박물관이 많다.


문화·예술의 공간, 국립해양박물관

부산을 대표하는 박물관은 단연 국립해양박물관이다. 이곳은 해양의 역사와 문화·생물 등 다양한 분야의 유물과 자료를 수집해 보존하고 연구·전시하고 있다. 바다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양 문화의 랜드마크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해양박물관은 2012년 5월에 개관했고, 대한민국 최초 종합 해양 전문 박물관이다. 부산 유일의 국립박물관이기도 하다.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외관을 보면 한 척의 큰 배를 연상시킨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매력적이다. 영도 바다 인근에 위치해 멀리서 보면 마치 한 척의 배가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연면적 2만 6000㎡ 규모로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으로 이뤄진 해양박물관은 전시동과 교육·연구동, 관람객을 위한 편의공간 등으로 나뉜다. 1층에는 로비와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이 있고, 2·3층에는 해양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이 있다. 2층의 기획 전시실에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기획전 ‘조개, 패각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흔적’이라는 전시회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국립해양박물관에는 3만여 점의 해양 관련 유물과 70종 1000여 마리의 바다 생물들이 살고 있다.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수족관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물고기부터 대형 가오리와 해파리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져볼까 수족관으로 손을 내미는 아이들, 매력적인 수족관 생물들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람객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립해양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립해양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전시·보존의 기능을 넘어선다는 것. 다양한 문화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체험 행사를 마련하면서 박물관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승화하고 있다.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하루 2~3차례 진행되는 행사에는 어린이들이 수족관 상부에서 먹이를 뿌리며 유리창 너머가 아닌 가까운 거리에서 물고기와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불 꺼진 박물관에서의 심야 영화 관람과 싱잉볼 명상 등의 체험 행사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 새롭게 단장하고 재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해양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껴보고 미지의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탐구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를 위해 새롭게 마련된 유아 공간 ‘섬마을 놀이터’에서는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 놀이물과 감각 체험물이 인기다.

국립해양박물관이 단순히 전시를 넘어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연평균 8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200만 명에 이른다.


콩세계과학관. 김진성 기자 콩세계과학관. 김진성 기자

토종 콩의 모든 것, 콩세계과학관

한국 콩의 역사와 문화, 종류, 생육, 변천사 등을 알려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에 있는 ‘콩세계과학관’으로 가면 된다. 2015년 개관한 이곳은 우리 식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콩, 그것도 토종 콩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콩세계과학관은 민간에서 태동했다. 2001년에 한국콩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2008년 12월 영주시와 한국콩연구회가 콩세계과학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현재의 콩박물관인 콩세계과학관이 탄생했다.

콩세계과학관에 들어가면 우선 콩에 대한 역사와 전파 경로를 알 수 있다. 선사시대 한민족의 작물이 콩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콩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콩세계과학관. 김진성 기자 콩세계과학관. 김진성 기자

콩세계과학관 내 전시관은 5개 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콩의 생육과 생태환경, 다양한 토종 콩 이름, 콩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미래의 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우주작물 1호’인 콩은 단백질 공급원의 역할은 물론 미래 에너지로도 쓰인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콩을 즐겨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콩세계과학관은 전시 이외에도 영주의 특산물인 부석태로 메주만들기, 두부와 두유 만들기, 콩나물 키우기, 콩요리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아이와 함께 라면 건물 옥상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롤 미끄럼틀을 타 볼 것을 추천한다. 일반 미끄럼틀과는 달리 바닥에 롤이 달려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국제커피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제커피박물관. 김진성 기자

커피하면 부산, 국제커피박물관

커피의 메카 부산, 매년 글로벌 커피 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산에서 커피박물관이 없다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동구의 옛 부산진 역사에 ‘국제커피박물관’이 2022년 문을 열었다. 각양각색의 전 세계 커피 기구 2000여 점이 전시돼 있어 커피 기구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제커피박물관은 커피를 사랑하는 한 시민이 40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모은 기구들을 기증해 마련된 것으로 현재 동구청이 관리하고 있다.

커피박물관에 들어서면 유리장 내에 깔끔하게 진열된 각종 커피 기구들과 마주하게 된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커피 관련 기구들을 수집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150년 전 독일 등 외국에서 사용하던 유물급 커피 기구가 즐비하다. 1950년대 사용했던 한 커피 기구의 가격이 당시 돈으로 집 1~2채 가격인 120만~130만 원 정도라니 입이 벌어질 정도다. 도슨트 체험을 신청하면 커피의 역사, 시대별 추출 방식, 다양한 전 세계 커피 기구들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국제커피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제커피박물관. 김진성 기자

국제커피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체험에 비중을 둔다. 이 곳에서는 커피추출 체험과 음용까지 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사이폰, 퍼컬레이터, 비긴, 터키쉬, 모카팟 등 다양한 커피 기구들을 이용해서 추출하는 시연도 볼 수 있다. 8명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다. 아카데미도 준비 중이다. 국제커피박물관은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 약 10만 명을 기록하며 부산 커피 문화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깡깡이마을박물관. 김진성 기자 깡깡이마을박물관. 김진성 기자

수리조선업 역사 깡깡이마을박물관

19세기 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선소가 세워졌던 영도구 대평동은 ‘깡깡이마을’로 유명하다. 선박 외벽에 매달려 온종일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던 고된 노동. 그 속 녹아 있던 질긴 삶의 흔적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깡깡이마을은 선박의 노후 방지를 위해 배의 외벽에 매달려 망치로 녹과 조개껍데기를 제거할 때 나는 소리에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노동자들은 주로 여성이었다. 5m 이상 높이의 선박 외벽에 밧줄로 의지한 채 작업을 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한국전쟁 여파로 생계를 이어갈 여성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깡깡이 아지매’로 불린 이들은 난청과 추락 부상 등 각종 산재에 시달렸고, 그들의 고된 삶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한국 수리조선업의 역사인 셈이다.

깡깡이마을박물관. 김진성 기자 깡깡이마을박물관. 김진성 기자

깡깡이 아지매의 고된 삶의 흔적은 깡깡이마을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깡깡이마을 생활문화센터 2층에 개관한 이곳에는 배를 수리하던 깡깡이 아지매들의 작업 도구부터 선박 제작에 쓰였던 여러 기구들을 볼 수 있다. 깡깡이 아지매가 사용했던 망치, 생명을 지탱했던 밧줄과 널빤지 등 당시 도구들을 보면서 그 시절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 속에서 그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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