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6-03-10 10:53:12
지난 7일 부산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열린 뮤지컬 ‘웁스(Oops!)’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촬영 포즈를 잡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오늘 여러분들의 이야기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지난 7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 어댑터씨어터 1관. 공연제작사 ‘예술은공유다’가 선보인 임프로브(Improv) 뮤지컬 ‘웁스-Oops!’가 관객과 처음 만났다. 임프로브 뮤지컬은 대본 없이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하며 즉흥적으로 노래와 춤, 연기를 펼치는 공연 형식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은 극의 장르와 장소, 사건 등을 쪽지에 적어 바구니에 넣는다.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정된 관객 3명이 공연 직전 쪽지를 뽑고, 이 가운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이야기가 그날 뮤지컬의 주제가 된다. 관객이 제시한 이야기가 배우들의 즉흥 연기와 노래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공연마다 내용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이야기가 다시 펼쳐지지 않기 때문에 공연은 오직 그날 현장에 있던 관객만 볼 수 있는 ‘한 번뿐인 무대’가 된다.
첫 공연에서 선택된 설정은 판타지 장르로 장소는 화장실이었다. 변기가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가 주제로 정해졌다. 로맨틱코미디나 스릴러처럼 비교적 무난한 설정은 관객 호응이 적어 최종 선택에서 제외됐다. 배우들이 난해한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한 관객들의 장난기 어린 선택이었다. 배우들도 “첫 공연부터 너무한 거 아니냐”는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당황스러운 설정에도 이날 무대에 오른 배우 7명은 즉석에서 캐릭터를 정하고 노래와 연기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자신이 정한 캐릭터 설정을 까먹는 등 전개가 매끄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관객의 웃음과 박수가 이어지며 이러한 실수마저 하나의 코미디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실제 첫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어댑터씨어터 1관 70석이 전석 매진되는 등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공연에서는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미밴드 대표 전현미 감독이 전자 피아노로 즉흥 연주를 맡아 무대를 채웠다. 즉흥 뮤지컬의 특성상 음악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 감독이 발랄하거나 슬픈 분위기의 선율을 먼저 연주하면 배우들이 그 음악에 맞춰 이야기를 이어가는 식이다. 전 감독의 음악에 귀 기울인다면 더욱 풍성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셈이다.
뮤지컬 ‘웁스-Oops!’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배문수가 이끄는 창작집단 ‘문’이 협력 파트너로 참여해 즉흥 연기의 에너지와 현장감을 더한다. 이달 28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관객 피드백을 반영해 공연의 내용과 형식을 보완하고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티켓 가격은 3만 5000원이며, 재방문 관객은 2만 4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어댑터씨어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문섭 예술은공유다 대표는 “임프로브 뮤지컬은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에 의해 그 순간에만 만들어지는 코미디 기반의 공연”이라며 “전국에서 부산 광안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라이브 공연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