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6-03-09 18:04:57
재생의료와 K바이오 활성화를 위한 정책포럼이 지난해 12월 부산비즈니스호텔에서 개최됐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세포보관실에서 재생의료에 사용될 세포를 액체질소 저장탱크에 보관하는 장면. 동아대병원 제공
말기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CAR-T 세포치료제는 약값만 3억 5000만~5억 원 수준이다. 동아대병원 카티세포치료센터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를 쓰고 있다.
본사가 부산인 바이오 기업 피알지에스앤텍은 소아·성인 조로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2023년 8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고 현재 보스턴 어린이병원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아이거 바이오파마슈티컬스가 시판 중인 최초의 조로증 치료제 ‘조킨비’의 1년 치료비는 무려 15억 원이다.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는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약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초고가 약값에다 점점 시장이 커지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왜 첨단재생의료인가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질병의 원인을 알 수가 없고 진단도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면서 온갖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국내에서 치료가 안 되니 해외로 원정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줄기세포 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국내에선 2005년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로 20여년간 이 분야의 연구가 지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그 틈을 타고 일본은 줄기세포 연구 관련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치고 나갔다. 매년 일본으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환자들이 2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법이 지난 2020년 8월에 시행되면서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통로가 국내에도 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 분야 규제 완화 전략회의를 개최해 K-바이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일본 등으로 원정치료에 나서는 환자의 불편을 지적하면서 규제 완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첨단재생의료법에 명시된 치료 범위가 중대·희귀·난치 질환에만 한정돼 있고 난치 질환의 정의도 불분명한 상태다. 원정치료의 대상이 되는 만성통증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치료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는 요청이 있지만 구체적인 추가 지침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 현황
첨단재생의료법에 따라 재생의료 임상연구(세포·유전자·조직공학·융복합치료)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현재 전국에 197개 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을 받았는데 서울 89곳, 부산 20곳, 경남 7곳, 울산 2곳 등이다.
부산은 지난 2021년 3월 동아대병원이 가장 먼저 지정을 받았고 부산제2항운병원 고신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이 그뒤를 이었다. 센텀종합병원, 동남권원자력병원, 해운대부민병원, 좋은문화병원 등의 종합병원뿐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재생의료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김재도줄기정형외과의원, 새론의원, 서일메디컬그룹의원, 에이케이정형외과의원 등 4곳이 지정을 받았다. 고신대복음병원장을 지낸 김재도줄기정형외과의원 김재도 원장은 대학병원 재직 시절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관절염 치료에 관심을 가져왔다. 정형외과에 특화된 센트럴병원과 나르샤병원이 지정받은 데 이어 이례적으로 요양병원에서도 센텀파크요양병원 등 2곳이 합류했다.
상급종합병원은 희귀 난치질환과 고난도 세포치료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종합병원은 항노화 재활 통증 분야를, 개원가는 근골격계 미용 통증치료 중심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원천기술을 쌓아가면서 신약 개발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반면 병원급은 비급여 진료영역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경향을 띤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관심 분야의 차이가 크다.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오성용 교수는 “병원 내에 카티세포 치료센터를 개설해 그동안 15건의 임상 케이스가 축적됐다. 아울러 국산 카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기관들과 협업 중인데 2상이 마무리 단계다. 임상연구 프로토콜을 짜본 경험 있는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제
재생의료 임상연구는 사람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위험도를 분류한다. 임상연구 대상은 당초 중증, 희귀, 난치질환 환자로 제한됐으나 지난해 개정을 거쳐 모든 환자로 확장됐다.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 심의와 식약처 승인(고위험)을 거친 후에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연구 심의가 만만치가 않다. 철저한 준비없이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연구계획 적합 승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환자 안전과 연구의 생명윤리 저촉 여부 등을 검토하는데 임상연구 설계과정의 유효성과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부산에서 임상연구 계획에 통과한 실시기관은 동아대병원과 부산제2항운병원 등 2곳뿐이다. 전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생의료진흥재단 이동현 본부장은 “안전하고 유효한 재생의료 기술을 제때 환자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재생의료 규제완화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조율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 주최로 다음달 10일 오후 4시 부산 연제구 하얏트 플레이스호텔에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초청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첨단재생의료, 우리 병원의 미래다’를 주제로 재생의료 규제 완화와 관련한 최근 동향과 임상연구 계획서 작성법 등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참가 문의 051-461-4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