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6-05-25 16:18:41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 285-1 일원 국도대체 우회도로에 설치된 ‘정촌 졸음쉼터’ 모습. 설치된 지 6개월째 입구가 닫혀 있다. 김현우 기자
4억 원 넘게 투입돼 조성된 경남 진주시 국도변 한 졸음쉼터가 완공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설계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필수 절차를 빼먹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인데, 관할 기관은 기껏 최신식 화장실을 다 지어놓고 간이화장실 도입을 검토하는 처지다.
25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주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께 경남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 285-1 일원 국도대체 우회도로에 ‘정촌 졸음쉼터’가 설치됐다.
정촌 졸음쉼터는 진주 국도대체 우회도로 화개지구 정비 공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우회도로가 2016년 완공되자 국토교통부가 관련 용역을 진행했고 설치 필요성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 6월께 착공했다.
‘정촌 졸음쉼터’는 3700㎡ 규모에 39대 규모 주차장과 최신식 화장실 등을 갖췄다. 주차장은 대형 8대·소형 30대·장애인용 1대 등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CCTV·추락 방지용 철제 담장 등도 설치됐다. 예산은 부지 비용을 제외하고 4억 3000만 원 정도가 투입됐다.
하지만 정촌 졸음쉼터는 조성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입구는 바리케이드로 가로막혔고 화장실도 닫힌 상태다. 남은 공사 자재들도 치우지 않고 곳곳에 쌓여 있다.
한 지역민은 “매일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공사가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개통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입구가 막혀 있으니 갈 수가 없다. 왜 만들어 놨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화장실 건물 BF 인증을 받지 않아 개통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김현우 기자
정촌 졸음쉼터가 이처럼 개점휴업 상태인 건 설계 과정에서 필수 절차인 BF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BF(Barrier Free) 인증은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시공을 평가하는 제도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0조 2항’에 보면 공공기관이 신축·증축하는 공중이용시설은 장애인 등이 대상 시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당 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 예비인증을, 완공 단계에서 본 인증을 각각 받아야 하는데 정촌 졸음쉼터는 의무 인증 대상임에도 해당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관리사무소는 진주시에 건축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BF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건물을 다 지은 11월에야 BF 예비인증을 밟기 시작했다. 설계 단계에서 받아야 할 인증을, 건물이 다 지어진 상태에서 받게 된 셈이다. 황당한 건 해당 졸음쉼터 구축 1년여 전인 2024년 10월에 맞은편 도로에 졸음쉼터를 설치했고 현재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다. 관련 절차를 이미 진행해 본 상황에서 어이없는 인증 누락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증 통과도 쉽지 않다. 예비인증의 경우 몇 차례 보완을 거친 뒤 지난달 말께 겨우 통과했으며, 이달 초 본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예비인증 과정에서 설계도 수정이 이뤄졌다면, 향후 추가 예산을 투입해 화장실을 뜯어고쳐야 할 가능성이 있다.
진주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좀 디테일한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턱이라든지 세부적인 부분으로 알고 있다. 두어 차례 보완을 거쳤고 4월 말에 예비인증을 통과했고 현재 본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일단 졸음쉼터 개통을 위해 간이 화장실 설치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