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흔드는 오너 리스크… 공분 쌓이면 ‘일시적 불매’ 넘어 ‘브랜드 존폐’ 갈림길

‘5·18 훼손’ 신세계 정용진 회장
‘멸콩’ 등 과거 발언도 논란 자초
美 스벅 본사에 헐값 재매각 우려
쿠팡·더본코리아도 이미지 타격
미스터피자는 업계 1위서 침몰
개인 성향 아닌 기업 구조 문제
위기관리 시스템 등 되짚어봐야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2026-05-25 17:07:46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 이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지난 22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앞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 이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지난 22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앞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유통·외식업계가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너의 일탈·발언·대응 미흡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존폐를 흔드는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마케팅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정 회장이 한 차례 대국민 사과문을 냈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은 탓이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콜옵션 발동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신세계그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 법인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쥐고 있는 콜옵션에는 이마트의 귀책 사유로 해지되는 경우 이마트의 주식 전량을 35% 할인된 금액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정 회장의 과거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 회장은 2022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멸공’ ‘멸콩’ ‘공산당이 싫다’ 등의 개인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올려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4년 전 정 회장의 정치적 언행이 부메랑이 돼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번 논란을 키웠고, 결국 신세계그룹 최대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슈는 사실상 정 회장의 오너 리스크라는 평가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 역시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쿠팡은 지난해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실질적 총책임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의장은 해외 거주와 비즈니스 일정 등을 이유로 끝내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김 의장의 책임 논란은 과거에도 지적된 바 있다. 김 의장은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당일 한국 법인의 이사회 의장과 등기 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국내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기업임에도 정작 책임의 자리에서는 오너가 쏙 빠지는 고질적인 행태가 기업 신뢰도에 치명적인 가치를 깎아 내렸다는 평가다. 김 의장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지 한 달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돌아섰고, 쿠팡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이에 따라 쿠팡은 4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쿠팡Inc의 올 1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Inc의 영업손실은 354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38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1년 4분기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더본코리아가 오너 리스크 영향을 받고 있다. 올 1분기 더본코리아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급감한 79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냈다.

더본코리아 주가도 크게 빠진 상태다. 지난 22일 장 마감 기준 더본코리아의 주가는 1만858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24년 11월 더본코리아 상장 당시 공모가 3만 4000원 대비 약 45% 하락한 수준이다.

더본코리아 오너인 백종원 대표는 지난해 한돈 가공품인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 부족 논란을 시작으로 농지법 위반, 원산지 표기 오류, 블랙리스트 의혹 등 연이어 구설에 올랐다. 다만 백 대표는 최근 원산지표기법 위반 등 여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법적 리스크를 해소 중이긴 하다. 하지만 기업 인지도의 절대적인 부분을 백 대표 개인의 명성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리스크도 온전히 기업이 짊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오너 리스크의 파장이 일시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에 그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상장사일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에게 전가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 장기적으로 매출과 시장 점유율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통가 역사에는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침몰한 기업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과거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1위를 공고히 했던 미스터피자다. 창업주의 경비원 폭행 사건과 친인척 횡령·배임 등 이른바 ‘갑질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전방위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매출 급감과 가맹점 연쇄 폐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거래정지와 경영권 매각 과정을 거치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전문가들은 오너가 기업과 브랜드 얼굴인 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개인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보다 경영 측면에서 대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서울대 이종우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오너나 기업의 철학을 보기 시작했고, 오너가 공식적인 활동 외에 SNS를 하면서 리스크로 불거지는 상황이 최근 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오너는 기업과 브랜드의 얼굴인 만큼 개인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대신 공식적이면서 중립적인 행동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기업 구조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리스크는 결국 오너의 윤리 문제인데, 지금 와서 교육을 받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윤리경영위원회와 같은 기업 내부에 윤리경영 역할을 하는 조직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거나 사전에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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