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 쟝 페니코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미인도'와 고 천경자 화백이 그렸던 기존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들며 '미인도'는 천 화백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페니코 소장은 뤼미에르 감정팀이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13개의 스펙트럼 필터와 특수 카메라 렌즈를 활용해 그림 1개당 1650개의 단층촬영(천경자 작품 9개, 미인도)한 결과를 정밀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그림 비교분석의 가이드라인으로 화가의 붓터치 스타일, 그림을 그리는 방식, 기술적인 요소, 화가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독창성과 개성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페니코 소장은 "화가가 실제로 보는 것과 뇌가 인지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면서 "위작자는 눈앞의 물체를 비슷하게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본것, 즉 뇌가 지각한 것을 그리기 때문에 원작자가 지각한 것과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명의 예술가는 하나의 콘트라스트(물체를 다른 물체와 배경과 구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각적인 특성의 차이, 명암대비 또는 대비비라고도 부른다)를 동일하게 인지하지 않는다"며 "천 화백의 다른 작품들에서 확인된 콘트라스트 사이의 표차는 최대 29~33 정도인데 반해 '미인도'의 편차는 45.29로 굉장히 높게 나타났다"는 수치를 통해 '미인도'는 위작자의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미인도' 속 인물 흰자위의 두께를 비롯해 눈과 눈 사이에서 코로 이어지는 부분 등을 분석한 결과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과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페니코 소장은 "이런 분석으로 미인도의 실제 제작과정에서 다른 방법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며 "위작자는 거짓말이 일상이다. 얼핏 보면 모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방법으로만 증명이 가능하고 지금까지 나온 미인도가 천 화백의 진품이라는 주장은 객관성에 반하는 것이다"고 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지난 11월 검찰로부터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단한다. 진품일 확률 0.0002% '는 요지의 보고서를 유족과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9일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의 안목감정,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춘식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천화백이 1976년 그린 작품 '차녀 스케치'를 토대로 그린 것"이라며 '미인도'를 천 화백의 작품으로 결론냈다.
이에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26일 내한해 '미인도'의 위작 여부 검증 과정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쟝 페니코 소장,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김정희의 남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 천 화백의 유족 변호를 맡은 배금자 변호사가 참석했다.
천 화백은 생전 미인도의 위작 여부와 관련해서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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