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7-03 17:55:03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25 프로야구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타격 1위에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롯데 외국인 선수로서는 최초이자 롯데 선수로서는 2011년 이대호 이후 14년 만의 타격왕을 노리고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전와의 두 경기에서 7타수 3안타를 기록해 타율을 지난달 말 0.344에서 0.345로 끌어올렸다. 1일까지 타격 선두를 지키던 김성윤(삼성 라이온즈·0.343)를 제치고 올해 들어 처음 타격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레이예스는 3월 8경기에서 31타수 6안타, 타율 0.194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4월 들어 되살아난 그는 한 달 동안 97타수 35안타, 타율 0.361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도 0.320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6월에 기록을 더 높여 한 달간 85타수 36안타, 타율 0.424라는 극강의 타격을 과시했다.
레이예스는 타격 1위 이외에 안타도 115개를 때려내 2위 송성문(키움 히어로즈·94개)를 무려 21개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최다안타 1위를 지키고 있다. 2루타도 27개나 쳐내 최형우(KIA 타이거즈·22개)를 제치고 1위다. 홈런은 고작 9개에 불과하지만 타율이 좋아지고 2루타를 많이 치니 타점도 많아져 올 시즌 66개로 디아즈(삼성·83개)에 이어 2위다.
흥미로운 사실은 롯데 외국인 선수가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한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 펠릭스 호세가 롯데 최고 외국인 타자로 군림했지만 타격왕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레이예스가 올해 타격왕이 될 경우 ‘사상 최초’라는 새 기록이 세워지는 셈이다.
또 롯데 선수가 타격왕이 된 것은 2010년과 2011년 2연패를 달성한 이대호가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레이예스는 14년 만에 ‘롯데 선수 타격왕’을 노리는 셈이다.
외국인 선수가 타격왕을 차지한 경우는 2004년 브룸바(현대 유니콘스·0.343), 2015년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0.381), 2024년 에레디아(SSG 랜더스·0.360) 3명이었다. 레이예스가 타격왕에 오르면 외국인 선수 4번째이자 인물은 다르지만 사상 최초로 외국인 선수가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하게 된다.
레이예스의 장점은 ‘꾸준한 기록’에 있다. 그는 타격 2위, 최다 안타 1위에 오른 지난해 월간 타율이 3할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3월 0.393, 4월 0.333, 5월 0.302, 6월 0.398, 7월 0.405, 8월 0.300, 9~10월 0.366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3월에 1할대 타율을 기록한 게 한국에 온 이후 첫 월간 타율 3할 이하였던 셈이다.
레이예스는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풀스윙을 하거나 도루를 많이 노리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어서 체력적 부담도 덜하다. 후반기에도 꾸준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고 올해도 롯데의 80경기에 전부 나섰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이던 2019년 타격 2위였던 페르난데스를 팀에 데리고 있었다. 그는 “(당시 페르난데스보다)레이예스가 훨씬 낫다. 지금이라도 둘 중에 하나 택하라고 한다면 레이예스”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3일 “내야수 고승민 내복사근 손상 진단을 받아 2주 동안 재활과 치료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고승민은 지난 1일 LG전에 3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전했는데 7회초 수비를 앞두고 우측 옆구리에 불편한 증세를 느껴 김민성과 교체됐다.
고승민은 올스타전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2루수 총점 1위를 기록해 베스트12에 선정됐지만 부상 여파로 출전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