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공인경기장 없어 전국육상대회 못 연다니

구덕·아시아드경기장 규정 미달대한육상연맹의 공인 받지 못해
전국 43개 있지만 부산은 ‘전무’
14년 동안 언론 지적에도 방치
전국체전 시 의무 개최 규정으로
25년 만에 장관기대회 깜짝 열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7-01 18:00:56

지난 6월 7일 경북 예천군 예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출전 선수들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지난 6월 7일 경북 예천군 예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출전 선수들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전국에 육상 공인경기장이 40곳도 넘지만 부산은 한 곳도 없어 전국 단위 육상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는 10월 전국체육대회의 부산 개최로 의무적으로 부산에서 전국육상대회를 열어야 한다. 부산시는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을 보수 공사한 후 인증을 받아 치를 계획이다. 하지만 사직야구장 재건축 땐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을 임시 야구장으로 다시 공사할 예정이어서 육상 공인경기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이 때문에 25년 만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전국육상대회가 역설적으로 부산의 열악한 체육 인프라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육상연맹(회장 육현표)과 부산시육상연맹(회장 방성빈)은 오는 26~28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 육상경기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6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를 개최한다.

부산에서 전국 규모 육상대회가 열리는 것은 2000년 10월 12~18일 제81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그해 9월 5~6일 진행된 제21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이후 25년 만이다. 부산육상연맹 이재홍 부회장은 “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는 그해 전국체육대회 개최도시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대회”라고 설명했다.

전국체육대회 의무 개최 대회를 제외할 경우 부산이 실질적으로 전국육상대회를 개최한 것은 28년 전인 1997년 4월 9~11일 제1회 전국실업육상선수권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부산에서 전국체육대회 부속 행사가 아니면 육상대회 개최가 불가능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전국육상대회를 개최할 운동장이 없어서다. 전국대회는 대한육상연맹 승인을 받은 전국 43개 공인경기장에서만 열 수 있는데, 놀랍게도 부산에는 공인경기장이 한 곳도 없다.

부산에는 육상경기장으로 사용되는 구덕운동장이 있지만 시설이 낡은 데다 보조운동장이 없어 대한육상연맹 경기 규정에 맞지 않아 공인경기장 승인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다 현재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경기장으로 사용해 육상대회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

2011년 〈부산일보〉의 ‘국내대회도 못 여는 구덕운동장’ 기사 등에서 문제를 지적했지만 14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못 내놓은 게 부산육상연맹과 부산시 체육행정의 현실이다.

부산아시아드경기장 육상경기장도 구덕운동장처럼 비공인 시설이지만 이번에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보수해 공인경기장으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재홍 부회장은 “2001년 경기장 완공 이후 이번에 처음 육상경기장 트랙 우레탄 포설 공사를 실시한다. 잔디 평탄화 작업도 진행한다. 오는 17~18일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들이 부산에 와 1종 1차 공인심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전국체육대회를 마치고 내년 소년체육대회와 생활체육대축전을 치른 뒤에는 육상경기장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부산시가 사직야구장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임시 야구장으로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이후부터는 다시 부산 어디에서도 전국 규모 육상대회를 치를 수 없게 된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산시 등이 후원하는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는 초중고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도 대항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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