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2023-05-18 23:13:36
롯데 자이언츠의 래리 서튼 감독이 ‘독한 야구’로 팀을 진화시키고 있다. 서튼 감독은 장타에 의존하는 야구가 아닌 디테일이 살아 있는 촘촘한 작전 야구로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의 판도를 갈아엎고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롯데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5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하며 원정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감했다. 롯데는 두산 베어스(2승 1패)·KT 위즈(2승 1패)에 이어 한화까지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며 3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한현희의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슈퍼 루키’ 김민석의 프로 첫 홈런, 노진혁의 시즌 3호 홈런 등 투타 조화 속에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롯데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1위 SSG 랜더스와 홈 3연전을 치른다.
롯데는 투타 조화와 함께 타선에서 지난 시즌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세밀한 작전 야구로 한화 마운드를 흔들었다. 서튼 감독과 김평호 주루·1루 코치, 전준호 외야·3루 코치는 쉴 새 없이 그라운드에 작전을 지시하며 한화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롯데는 1회 선두 타자로 나온 김민석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프로 첫 홈런을 쳐내며 1-0으로 앞서갔다. 롯데는 2번 타자 안권수와 3번 타자 고승민이 각각 좌익수 앞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롯데는 팀 공격의 중심인 4번 타자 안치홍이 타석에 들어섰다. 안치홍은 올 시즌 팀 내 타점 3위(18점)를 기록하고 있는 중심 타자다. 장타력이 좋은 안치홍에게 타격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치홍은 앞선 두 경기에서 첫 타석 모두 안타를 쳐냈기 때문에 타격감이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안치홍에게 초구에 기습 번트를 지시했다. 안치홍의 번트는 포수 뒤로 높이 뜨며 파울이 됐지만, 한화 배터리는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치홍은 한화 투수 장민재의 두 번째 공에도 번트를 시도하며 투수에게 긴장감을 줬다. 안치홍은 또 한 번의 번트를 시도한 뒤 결국 2루 주자 안권수를 3루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5번 타자 한동희의 큼지막한 외야 희생타로 1점을 더 뽑아내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서튼 감독의 독한 야구가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서튼 감독의 작전 야구는 7회 또 한 번 빛났다. 서튼 감독과 노진혁은 한화 내야 수비진의 수비 시프트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출루에 성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7회 초 2사 1루 상황, 좌타자 노진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내야 수비는 1·2루 간으로 당겨치는 타구 비율이 높은 노진혁의 타격 특성을 고려해 3루를 비우고 우측이 치우친 시프트를 걸었다. 베테랑 노진혁은 정상 타격 자세를 취했지만 번트 자세로 바꿔 한화 투수 김기중의 초구를 3루 쪽으로 번트로 만들었다. 한화 수비진은 노진혁이 1루로 여유 있게 도착하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노진혁이 1루에 출루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투수까지 교체했다. 롯데는 한화에 9회 말 3점을 허용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7-3, 승리를 따냈다.
한편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1위 SSG 랜더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롯데는 지난 4월 SSG와의 인천 원정 3연전에서 비로 인해 1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롯데는 이번 홈 3연전에서 SSG를 상대로 1승이라도 더 많은 승리를 거둬 다시 한번 1위에 도전한다. 서튼 감독은 선발 투수로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내세운다. SSG에서는 박종훈이 선발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