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 2025-05-03 17:46:02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가상자산 ‘위믹스(WEMIX)’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재상장 후 다시 상폐(재상폐)된 첫 사례다. 위믹스 재단은 닥사의 상폐 결정에 불복하고 가처분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3일 위믹스 재단 김석환 대표는 경기도 판교 테크1타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닥사의 위믹스 상폐 결정을 승복할 수 없기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위믹스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블록체인 게임 관련 가상자산이다. 닥사는 전날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던 위믹스를 상폐하기로 지정했다. 닥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개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간 협의체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정부 기관도 해킹당하고 굴지의 IT 기업도 해킹당한다”며 “이런 기업들이 전부 상폐됐는지, 존립에 위협을 받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위믹스 재단이 해킹 피해를 봤다는 사유만으로 상폐가 결정된 사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위믹스는 지난 2월 28일 가상자산 지갑 해킹으로 90억 원에 달하는 865만 4860개의 위믹스 코인을 탈취당했다. 위믹스 측이 3월 4일 해킹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닥사 측에 소명한 해킹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건 발생 첫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외부 보안 업체와도 공동 대응을 시작했는데 은폐하려고 했다면 그런 (결정을) 했겠느냐”며 “촉박한 일정에도 닥사 요청대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증받은 보안 컨설팅 업체로부터 보안 취약점과 침투 경로 등을 점검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 지원 종료를 발표하며 보안 관련 이유를 들었는데, KISA 인증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닥사 측에 상폐 기준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믹스는 유의 종목 지정 이후 미디어 간담회, 주주 간담회, 투자자(홀더)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상폐 발표 이후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금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닥사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했는지 설명해달라”며 “자율협의체에서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의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위믹스 사업에 대한 위메이드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현재도 300명이 넘는 인력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입돼 업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도 지식재산권(IP) 소싱을 알아보고 있다”며 “일본 법인도 최근 인력을 보강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닥사의 위믹스 상폐 결정으로 가상자산 시장 최초 ‘재상폐’ 사례로 기록하게 됐다. 앞서 2022년 12월 유통량 공시 문제로 위믹스는 한 차례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이후 2023년 2월부터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에 순차적으로 복귀했다. 당시 위메이드는 국내 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닥사의 손을 들어줬다. 전날 닥사의 상장폐지 결정 직후 현재 위믹스 가격은 401원까지 70% 가까이 폭락했다. 위메이드 주가도 15% 이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