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9-08 16:12:18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았다. 이 대통령은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통합’ 의미를 강조한 넥타이를 매고 이날 회동의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다만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세력 척결’ 메시지를 강조하고, 장 대표가 특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면서 양측이 대립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 대표와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일본 순방 직후 장 대표와의 회동을 지시하는 등 이번 만남을 서둘러 왔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은 용산 대통령실 10층에 마련된 연찬장에서 80분간 진행됐다.
이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장 대표는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 정 대표와 장 대표도 악수를 하며 서로를 반겼다. 여야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악수한 것은 장 대표가 신임 대표로 당선된 때로부터 13일 만이다.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지난달 2일 정 대표가 취임한 때로부터는 37일 만이다. 이 대통령과 참모진은 넥타이를 통해 통합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짙은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맸고, 강훈식 비서실장도 적색과 남색이 섞인 넥타이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을 더욱 듣겠다’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야당은 하나의 정치집단이지만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의견을 듣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도 공평하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이번 정상회담은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뭘 얻기 위해 하는 회담이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자 뭔가를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이럴 때는 우리 전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대외 협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 대표는 “내란에 가담한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의 역사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오늘의 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표는 여야 협치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 메이커’가 된 것 같다”며 “대통령님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인 여야 대화가 복원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야당의 요구 사항을 언급하며 특검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른바 ‘더 센 특검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특검을 바라보길 과거에 대한 청산이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조직개편안과 미국 당국의 한국인 집단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오찬에 이은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는 ‘정치 복원’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장 대표는 청년 고용 대책,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인 민생 정책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자세한 구성에 대해선 각 당이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