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론 불씨는 꺼졌나[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2026-02-07 09:00: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달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묘한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과 관련해 지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초래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발언 과정에서였다. 언급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용인 반도체 문제가 워낙 규모가 크고 2050년까지 계획된 것인 데다 정부의 정책으로 결정을 해 놓은 것을 뒤집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이 많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민주당이 재집권을 하더라도 방향은 똑같다. 전기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쓰여지게 하는 게 원칙이다. 수도권 다 몰아서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보내는 송전탑 대대적 건설은 안 된다. 용인에다 원전 만들 건가. 용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 발전의 거대 방향을 통째 바꾸는 일이라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국민께서 힘 모아주시면 거대한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정부 정책으로 결정된 용인 반도체 산단을 당장 뒤집을 수는 없지만 전기와 물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송전탑으로 지역 생산분 전기를 보내는 것도 힘들고 용인에 원전 만들 수도 없고 물 문제도 해결이 어렵다. 국민께서 힘 모아주면 방향전환 할 수 있다. 대략 이렇게 이해가 되는 내용인 듯한데 그 내용만으로는 용인 반도체 산단 문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되고 있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부산일보DB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되고 있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부산일보DB

■호남 이전론의 수난

이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산단 문제를 두고 종잡기 어려운 언급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말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산단의 호남 이전 요구에서 비롯됐다. 해당 요구는 전북 새만금에 반도체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6월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주축이 된 이 같은 주장은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밪도체 산단의 전북 이전”이라는 논리로까지 비약했다. 하지만 그 휘발성은 호남지역에서 유치추진위가 꾸려져 서명운동이 불붙을 정도로 컸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민들까지 나서서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탑의 대규모 건립을 낳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전면 재검토 촉구 시위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수도권 언론은 호남 이전론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전무하다며 집중 공격을 하고 나섰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는 15GW의 전기 공급이 필요하지만 호남 이전론의 무대로 꼽히는 새만금의 발전 용량은 태양광 0.3GW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용인의 전기 공급도 현재는 추가로 원전이라도 지어야 할 판이라는 현실은 외면당했다. 수도권 언론은 이어 물 문제도 하루 2만t 수준의 새만금 현지 댐 여유 물량을 들먹이며 용인 반도체 산단에 하루 필요한 76만t의 물을 공급하기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용인에서도 물 공급 계획을 놓고 강원도 양구와 경기도 팔당을 오락가락해야 했던 과거는 쏙 빼놓았다.

여기에다 수도권 언론은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주로 수도권 근무를 희망한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들이댔다. 억지로 반도체 산단의 입지를 지방으로 옮기면 핵심 인재들이 외면한다는 협박식 논리가 동원됐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동남권 이전론의 반격

이 대통령이 신견 기자회견 자리에서 반도체 산단을 겨냥한 듯한 전기와 용수 문제 지적을 내놓으면서 지역에선 수도권 언론이 내세운 호남 이전론 비판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판은 동남권 이전론으로까지 발전한다.

동남권 이전론의 대표적인 근거는 ‘현지 생산 현지 소비(지산지소)’를 내세운 전기 문제다.

새만금 지역이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반도체 산단으로 부적합하다면 착착 원전의 완공 시점 도래를 앞두고 있는 동남권 원전 밀집지는 계획된 원전의 완공 때 이미 전력 생산량이 10GW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 공급 측면만 따진다면 국내에서 이보다 더 탁월한 입지는 꼽기 힘을 것이다. 앞으로 전기의 지산지소가 기본 원칙이 돼 가는 마당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이다.

물 문제도 동남권은 공업용수만 하더라도 전국 공업용수 수요 추계 기준을 동남권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할 만큼 안정적이다. 정부는 동남권의 공업 용수 문제가 나오면 낙동강 수자원이 수많은 댐으로 분산돼 한강보다 공업용수를 대기가 어렵다는 쪽으로 논리를 슬쩍 바꾸는 옹색함을 내비친다.

석박사급 인력의 수도권 선호라는 해괴한 논리는 영남권에 포스텍과 UNIST를 비롯해 한국 굴지의 인재 배출 기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논리만으로 극복이 가능할 터이다. 이들이 수도권을 선호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이들이 일할 곳을 수도권으로 몰아 놓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굳이' 수도권 반도체 공장 건립의 문제점을 다시 거론했다. 부산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간담회에서 '굳이' 수도권 반도체 공장 건립의 문제점을 다시 거론했다. 부산일보DB

■“정책 못 뒤집는다” 그 이후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틀 뒤 울산을 찾은 이 대통령은 또 다시 반도체 공장 문제를 '굳이' 끄집어낸다. ‘5극 3특’ 체재 재편에 대한 관성과 기득권의 저항에 대한 언급을 하는 과정에서였다. 소위 수도권 ‘몰빵’ 정책을 비판하면서 “수도권은 이제 못 살 정도가 됐다”며 집값 문제를 언급하는 듯하다 “반도체 공장도 수도권에 지을 경우엔 전력·용수 부족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발언의 물줄기를 돌렸다.

이틀 남짓한 동안 반도체 산단을 놓고 내놓은 대통령의 말은 곱씹어 볼수록 정부 정책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쪽보다는 수도권에 짓는 반도체 산단이 문제가 많다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후 정부는 추가로 원전 2기와 SMR 등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나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지어질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들 원전에서 수도권으로 어떻게 송전을 할 것인지는 두고두고 갈등의 씨앗이 될 터이다.

과연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론의 불씨는 완전히 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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