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인터뷰에 앞서 고개를 숙였다. 과거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일 때문이다. 하정우는 이 사건 이후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하정우는 “관객과 시청자분들께 직접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제게 실망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이 있나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일부러 숨은 것도 피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쏟아지는 소나기에 어떻게 답하고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배우 하정우’를 떠나 ‘인간 김성훈’으로 지난 시간을 깊이 돌아봤다”고 털어놨다.
하정우는 오랜 영화 동지인 윤 감독의 ‘수리남’을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하정우는 윤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큰 위험 요소를 안고 제작을 감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감독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보스턴 1947’과 ‘야행’ ‘피랍’ 등 대기 중인 작품의 제작진에게도 피해를 어떻게 갚아나갈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하정우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먹고 살다 큰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에 가는 ‘강인구’를 연기했다. 마약 밀매업자인 ‘전요환’ 때문에 누명을 쓰고 감옥까지 간 강인구는 국정원 작전에 투입돼 그를 잡는 데 앞장선다. 하정우는 “실제로 K 씨를 만나봤는데 몸도 굉장히 좋고 신뢰 가는 느낌이더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촬영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강인구가 교도소에 가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로 도미니카 공화국 교도소에서 촬영했죠. 그 장면에 나오는 분들은 배우가 아니라 모범수들이에요. 죄수복은 따로 제작한 거고요.”
하정우는 이 작품에서 배우 황정민과 불꽃 튀는 연기 호흡을 보인다. 황정민은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불리는 ‘전요환’을 연기했다. 하정우는 “황정민 씨와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이라며 “너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신인일 때 황 선배는 이미 주연이었다”며 “이번에 해외 로케이션과 지방 촬영이 많아서 같이 식사하고 산책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황정민 선배는 정말 에너제틱해요. 극 중 인물로 그날을 사는 것 같죠. 예를 들어 수영하는 장면이 몇 개 있으면 그날은 종일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녀요. 사소한 것들까지 챙기며 작품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성실하고 변함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하정우와 윤 감독은 하정우의 2005년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다섯 작품을 같이 찍었다. 극 중 강인구가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와 헤어지면서 능청스럽게 “테이크 레스트, 테이크 어 샤워”(take rest, take a shower)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대사는 평상시 하정우가 자주 쓰는 말을 감독이 그대로 대본에 넣어둔 것이다. 하정우는 “윤 감독은 누구보다 날 잘 알아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며 “그만큼 촬영은 고되기도 하다”고 웃었다. “윤 감독과 저는 어릴 적 함께 영화인을 꿈꿨던 사이에요. 저를 너무 잘 알아서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면 금방 알아차리고 다시 가자고 하죠. 여전히 영화 동료로서 같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분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