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대 최대 하락… 4년 5개월 만에 거래 중단

5일 전장 대비 234.64P 하락해
장중 10% 급락 2400선 붕괴도
미국 경기 침체·중동 전쟁 원인
정부 24시간 모니터링 비상 대응
“대외 불확실성에 증시 취약 여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2024-08-05 19:47:22

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로 마감했다. 장중 최저치는 282.23포인트(10.81%) 내린 2386.96이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로 마감했다. 장중 최저치는 282.23포인트(10.81%) 내린 2386.96이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사상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 ‘검은 금요일’에 이어 ‘검은 월요일’을 맞아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공포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에 따른 중동 전쟁 우려가 겹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4.64포인트(P)(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P(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가파르게 낙폭을 키우며 2600선과 25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장중 한때 낙폭을 일부 회복하기는 했지만, 하락 추세를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이날 오후 2시 14분께 8% 넘게 급락하며 유가증권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에 따라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락할 때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는 1998년 12월, 코스닥 시장에는 2001년 10월에 각각 도입됐다. 제도가 도입된 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날이 사상 여섯 번째,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날이 열 번째다. 서킷브레이커는 단계별로 하루에 한 번만 발동 가능하다.

하지만 거래 재개 직후에도 코스피 지수는 10% 넘게 내리면서 잠시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최저치는 282.23P(10.81%) 내린 2386.96이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P(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77% 내린 765.57로 출발해 폭락을 거듭하면서 600대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시장에도 이날 오후 1시 56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증시 급락에 정부도 비상 대응을 선언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증시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체계 유지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확대 간부 회의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계 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 달라”며 “필요 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책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을 주문한 관계 기관 합동 컨퍼런스콜에 이어 과도한 시장 불안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추가로 내놓은 셈이다. 앞서 기재부는 이날 오전 차관보 주재 컨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우리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도 전반적으로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증시 변동 폭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이나 쏠림 현상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주식·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증시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확대됨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한국 증시의 단면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에 따라 낙폭이 확대될지 아니면 회복될 수 있을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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