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동주 투사들 “우리도 언니처럼 우승”

한국 여자농구의 산실 동주여고
수많은 국대 배출… 내년 60주년
첫 우승 BNK 선배 활약에 고무
안혜지·김도연 후배 격려차 방문
선수 부족 단합으로 극복 다짐해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4-20 17:50:43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부산 BNK 썸의 김도연 안혜지(뒷줄 왼쪽부터)가 동주여고 농구부 후배들을 찾아 함께 어울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부산 BNK 썸의 김도연 안혜지(뒷줄 왼쪽부터)가 동주여고 농구부 후배들을 찾아 함께 어울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MVP하고 악수 한번 해 보자. 농구 선수가 손이 많이 곱네.”

지난 15일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의 안혜지가 동주여고 체육관에 등장하자 이진희 코치가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2015년 동주여고를 졸업한 안혜지가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금의환향한 자리였다. 이 코치 역시 동주여고 출신으로 안혜지를 자매학교인 동주여중 시절부터 지도한 오랜 인연이 있다. 이 코치는 “혜지는 그때도 지금처럼 빠르고 어시스트 능력도 뛰어나 독보적으로 잘하는 선수였다. 숟가락이 아니라 국자로 삼계탕을 퍼먹을 정도로 많이 먹고 잘 뛰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였다”라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동주여고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BNK의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BNK에는 MVP 안혜지뿐만 아니라 박정은 감독과 변연하 코치 등 동주여고 출신이 주축이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온 김도연은 지난해까지 동주여고에서 뛰다 BNK에 입단해 새내기 프로로 활약하고 있다. 동주여고 농구부는 그동안 시합 일정이 없으면 훈련을 쉬면서까지 BNK의 홈 경기를 보러 갔다. 프로 리그 코트에서 뛰는 선배들을 보면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었다.

체육관 내 농구기념관에는 ‘동주를 빛낸 국가대표들’이란 이름으로 박양계, 김화순, 천은숙, 박정은, 이언주, 변연하, 강영숙, 강아정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사진들은 1966년에 창단해 내년이면 창단 60년을 맞는 동주여고 농구부가 한국 여자 농구의 산실임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었다.

현재의 동주여고 농구부도 선배들 못지않은 전력을 갖추었다. 지난해에는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 농구대회와 제54회 추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며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센터를 보는 2학년 김나현은 “프로 리그에서 우승은 쉽게 할 수 없는데 선배들이 우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니 자극도 받고 많이 배우게 되었다. 프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들어 몸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일한 3학년이자 주장인 김주하는 올해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도전한다.

동주여고 농구부는 부산의 엘리트 여자 농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는 여자 농구부가 초중고 하나씩밖에 없다. 그래서 안혜지처럼 대신초등-동주여중-동주여고로 정해진 코스를 밟는다. 덕분에 동주여고 이 코치도 동주여중과 대신초등 선수들에 대해서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 키가 198cm에 달하는 유망주 동주여중 3학년 한수빈을 눈여겨보고 일찍부터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부족이다. 현재 동주여고 농구부 숫자는 8명에 불과하다. 최소 10명은 되어야 5 대 5 포메이션 연습을 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4 대 4밖에 못 하는 실정이다. 출생아 감소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선수가 많지 않으니 고등학교에서도 선수 자원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김주하, 김나현, 하나겸, 김서윤, 김한별, 최여진, 박지현으로 구성된 동주여고 농구부 7명(이서윤은 수술로 제외)은 다음 달에 열리는 연맹회장기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동주여고 농구부 역사상 과거에도 선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특히 2006년 전국체전에도 7명의 선수단으로 출전했다. 1회전에서 기전여고를 만나 4쿼터 초반 3명이 5반칙으로 나가 4명으로 경기를 뛰어야 했지만 98-89로 이기고 2회전에 올랐다. 동주여고(당시 동주여상) 관계자는 “선수가 적기 때문에 평소에 4명이 뛰는 상황을 연습을 통해 준비했다”고 승리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동주여고 후배들은 선배 안혜지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한 멘탈을 가질 수 있는지 가장 궁금해했다. 그는 키 164cm로 한국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단신이다. 안혜지는 “제가 키가 작다 보니까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다. 남들보다 더, 내가 좀 더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한다”라고 대답했다. 비결은 더 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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