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4-10-31 18:27:55
초고령사회 핵심 인력으로 대두된 신중년(50~64세)의 고용을 둘러싸고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부산 기업 상당수는 퇴직 후 재고용을 이미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지역 기업 상당수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고용을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특히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숙련 노동력 확보와 일자리 유지 차원에서 관련 제도도 마련했다.
지역 대형사업장인 HJ중공업이 대표적이다. HJ중공업은 ‘정년퇴직자 촉탁 채용’ 제도를 마련해 협력업체와 함께 기술직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있다. 매년 20명 선이었던 재고용 인력은 올해 35명을 기록했다. 울산 현대차는 기술·정비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숙련 재고용’ 제도를 통해 정년 퇴직자 70% 이상을 최대 2년 재고용한다.
명예퇴직이 정착된 부산은행은 공고를 통해 명예 퇴직자 재고용에 적극 나선다. 매년 평균 30명이 재고용돼 내부통제관련 부서에서 점포 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오로라프로젝트 등으로 활기를 되찾은 르노코리아 역시 퇴직 후 재고용 형태로 30명 내외를 선발해 생산직 등에 배치하고 있다.
중견·강소기업도 퇴직자를 적극 불러들이는 추세다. 친환경 설비전문 중견기업 파나시아는 정년과 관계 없이 근무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퇴직 후 재고용을 실시하고 있다. 강서구 녹산산단의 표면처리 업체 동아플레이팅은 올해 정년을 맞은 생산직 직원 2명을 재고용했으며, 올해 안으로 1명 더 추가로 재고용할 예정이다.
부산지역의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퇴직자 재고용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심각한 인력난으로 청년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신중년 인력을 지속적으로 일터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전체 임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50대에 달하기도 한다.
이에 부산 지역 상당수 기업은 노동 가능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매출액 500억 원 이상 지역 주요기업 515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77.1%가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 기업에선 정년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데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기업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고용이 활발한 만큼 일방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임금 체계 개선을 돕고 퇴직자 재고용이 활발한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한 기업인은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퇴직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고령 근로자 고용 촉진을 위한 지원금과 같은 지원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고령자 친화 일터 조성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숙련 인력이기는 하지만 신체적인 한계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고령자들이 일터에 적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기업인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령 친화적인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중대재해처벌법 제재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