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2024-12-09 18:12:17
탄핵 정국에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처음 열린 시장은 한마디로 ‘쇼크’ 그 자체로 평가된다. 증시는 ‘블랙 먼데이’로 불릴 만큼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40원에 근접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이 시장 안정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일 국내 증시는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에 일제히 하락하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해 장중 2360.18까지 내렸다.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코스닥지수의 충격은 더 컸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에 장을 마치며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장 마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2246조 1769억 원으로 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이후 144조 원이나 증발했다. 코스피에서 4일과 5일 각각 3400억 원, 1600억 원을 매수했던 개인들은 지난 6일 5800억 원 매도에 이어 이날도 8900억 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개인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도 3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합계 하루 만에 총 1조 1900억 원을 내다팔았다. 지난 6일까지 포함하면 이틀간 양대 국내 증시에서 개인 순매도액 규모는 무려 1조 9500억 원에 달한다.
그간 한국 증시 부진 속에서도 지수를 떠받쳐왔던 개미들이 한마디로 ‘투매’에 나선 것이다. 때문에 외국인의 셀코리아와 겹쳐 당분간 지수 반등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 박성제 연구원은 “탄핵안 국회 표결 무산에 오늘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며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모든 업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선 두 차례 탄핵 사태를 볼 때 최근의 증시 하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기각까지 코스피는 11.6% 하락했으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 이후 헌재의 인용까지 코스피는 3.6% 상승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며 원화 매도가 거세게 이뤄진 영향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는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