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2024-12-09 18:26:00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출국금지 조치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은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고 공언하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향한 수사 칼끝이 빠르게 윤 대통령에게로 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 수사 주체마다 계엄 사태 핵심 인물 수사나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서며 공언한 대로 수사가 흘러갈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뒤따른다.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 수사 주체임을 주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공수처 요청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 법무부에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으며, “주무 부서인 법무부에서 ‘승인 조치했다’고 회신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출국금지는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하게 돼 있는데 이는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내란죄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조치로 출국금지 대상이 됐다. 두 사안 모두 현직 대통령으로선 최초 사례다.
공수처와 국수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수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법적조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수본 우종수 단장도 이날 별도로 브리핑을 갖고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며 “성역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각 수사 주체 간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혼란상도 이어졌다. 공수처는 이날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검경에 사건을 이첩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 차장은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의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사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또 오는 13일까지를 회신 기간으로 못박았다.
경찰 중심의 국수본 역시 수사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우 단장은 “이번 수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국수본은 내란죄의 수사 주체로서 무겁게 책임감을 느낀다”며 “특수단을 중심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포함해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 서울청 광역수사단 소속 수사관을 추가 투입했고, 계엄 포고령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팀도 꾸렸다.
이번 사태 수사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검찰은 국군방첩사령부 등 계엄 지휘부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 소재 국군방첩사령부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방첩사 간부 집무실과 공관은 물론 서울 용산구 등 전국에 흩어진 방첩사 사무실 상당수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는 상설특검과 개별 특검까지 함께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과거 수사가 혼선을 빚을 경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 상위 기관이 수사 주체를 조율하는 게 일반적 형태였다. 하지만 현 상황은 대통령이 사실상의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간 만큼, 혼란이 쉽게 가라앉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