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골리앗 크레인 아래 美 군함 ‘대박’ 꿈

美 의회, 국외 함선 건조 길 열어
동맹국 중 한국·일본 등지 유력
HD현대·한화오션 등 수주할 듯
고속정 등 강세 HJ중공업 희색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2025-02-13 18:23:44

미국 의회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울경 조선소 활황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과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아래사진). 부산일보DB 미국 의회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울경 조선소 활황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과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아래사진). 부산일보DB

미국 의회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울경 조선소 활황이 예상된다. 관련 조선기자재 업체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점쳐지면서 얼어붙은 부산 경제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리·존 커티스 등 미 공화당 상원 의원 주도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두 법안은 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외국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것이 금지된 기존 법안에 예외를 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연안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한 존스법과 미국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게 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각각 도입해 자국 조선 산업을 보호해 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국 조선산업 경쟁력은 되레 크게 약해졌다. 반면 중국 조선업은 부흥을 맞으면서 중국이 해상 패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돼 왔다. 이들 법안에 미국 함정 건조를 맡을 해외 조선소가 중국 혹은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의해 소유되거나 운영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은 것도 중국 해상 패권 견제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 해군 함정을 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과 일본 뿐인데, 건조 비용과 기간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미국 함정 수주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이면서 부울경 조선소들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점쳐진다.

조선소 양대 축으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상함,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엇비슷한 기술력을 갖추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HJ중공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고속정과 상륙함 등에 특화돼 있고 MRO(보수·수리·정비) 사업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군 신형 고속정과 해군 창정비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는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진출 기회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과의 협력도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부울경에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의 80%가 집중된 만큼 조선업이 활황을 맞으면 덩달아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매출 25억 원 이상인 부산 조선기자재 업체는 335곳으로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의 30%를 훌쩍 넘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기자재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부품별로 체감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방산 부품의 경우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D 등을 통해 관련 부품 국산화가 이뤄져야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조선업 호황에 따른 낙수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부품 국산화를 위한 조선업과 조선기자재업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구된다. 또다른 조선기자재 업체 관계자는 “R&D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조선소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부가가치가 낮을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생을 위한 국산화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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