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3-26 17:32:2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1심을 뒤집고 예상 밖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권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대표를 옥죄었던 사법리스크의 첫 고비를 일단 넘어선 채 선거에 임할 수 있어 이 대표 ‘일극 체제’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악재를 털게 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를 촉구하는데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획득하게 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시 조기 대선 국면이 곧바로 열리는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모든 차기 주자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 대표가 우위를 굳힐 거란 전망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커지면서 당내 비명계 운신의 폭은 좁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가 약점으로 거론돼왔다.
이번 판결로 이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2심 때도 1심과 같은 의원직 박탈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 자체가 불가능할 예정이었다. 그대로 형이 확정되면 당이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비용 434억 원까지 반환해야 한다는 점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악재로 작용할 요인이었다.
당초 비명계에서는 이러한 사법리스크를 안은 주자에게 당의 대선을 맡길 수 없다며 ‘선수교체론’을 띄울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1심을 뒤집은 이번 2심 결과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민주당 내 ‘이재명 대세론’이 힘을 얻으면서 당내 무게추는 친명계로 기울어졌다.
항소심 직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겨냥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는 데 쓴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나”라며 “더 이상 이런 데 국력을 낭비하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혐의가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정치권 시선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로 쏠린다. 당장 민주당과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선고를 촉구하는 데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로 결집한 민주당은 광화문 천막당사와 헌재 인근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번 판결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된 이 대표는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기 위한 민생·경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파면 촉구에 화력을 집중하며 여권과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당과는 별개로 민생·경제 중심의 행보로 ‘차기 지도자 면모’를 부각하는 쪽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이 대표는 이날 안동 산불 화재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며, 27일엔 소상공인연합회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침체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들을 예정이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100%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이 상고할 가능성이 크고,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면 사법리스크가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해 현재 총 8개 사건으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위증교사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의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을 심리 중이다. 수원지법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