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대명사’ 전준우, 줄부상 롯데 3위 지킨 일등공신

올해 70경기 타율 0.288, 43타점
올스타전 팬 투표서 외야수 2위
부상·부진 탓 이탈 한 번도 없어
팀 최다출장·최다안타 기록 눈앞
세 번째 ‘영구 결번’ 자격도 충분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6-18 17:47:56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8회초 레이예스의 홈런 때 홈을 밟은 고승민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8회초 레이예스의 홈런 때 홈을 밟은 고승민을 환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이면 ‘불혹’이라는 딱 마흔 살. 그가 스물두 살이던 2008년 부산 사직야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만 해도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선수로 뛰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었을지 모른다. 마흔은 고사하고 한 서너 해 뛰다가 소문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대다수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히 마흔을 넘어 팀 역사상 최고령 선수라는 신기록을 눈앞에 둔, 그야말로 ‘레전드’가 됐다. 다름 아니라 ‘성실과 자기관리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39) 이야기다.

마흔 정도 된 선수라면 주전이라기보다는 은퇴를 준비하느라 성적이 처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전준우는 그렇지 않다. 그는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뜨거운 성적을 남기며 팀의 우승을 위해 헌신하는 중이다.

전준우는 올해 70경기에 출장해 257타수 74안타, 타율 0.288을 기록했다. 홈런도 6개나 쳤고 타점은 43개다. 이달 들어 불꽃 타격은 더 뜨거워져 13경기에서 49타수 15안타, 타율 0.306을 기록했다. 롯데는 부상 선수 속출로 어려움을 겪지만 정규시즌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전준우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다. 이런 활약 덕분에 지난주에는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이주의 선수’ 상을 받기도 했다.

전준우의 활약에 팬들도 화답했다. 그는 2025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 투표 2차 중간 집계 결과 외야수 부문에서 107만 956표를 얻어 외야수 부문에서 팀 후배 윤동희(125만 4077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변이 없다면 2011, 2012, 2013, 2023년에 이어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스타 베스트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준우는 2004년 롯데로부터 2차 7순위로 지명을 받았으나 건국대로 진학했다. 여전히 실력이 부족한 탓에 프로에 가도 성공하기 어려우니 대학교에서 더 연습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2008년 다시 롯데로부터 2차 2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롯데에 전준우를 위해 준비된 자리는 없었다. 그는 2008~2009년 두 해 동안 겨우 31경기에 출장해 89타수 16안타, 타율 0.18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1~2군을 오가다 무명 선수로 은퇴할 판이었다.

전준우에게 기회를 준 사람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었다. 그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10년 전준우는 주전으로 도약해 114경기에서 350타수 101안타, 타율 0.289에 홈런 19개를 치며 화려하게 도약했다. 이후 군 입대 시기만 제외하고 해마다 100경기 이상 출전해 팀을 이끄는 선수로 성장했다. 부상이나 부진 때문에 팀에서 제외된 경우는 단 한 시즌도 없었다.

전준우는 올해까지 17시즌 동안 1795경기에 출장해 2010안타, 타율 0.299의 성적을 남겼다. 홈런은 219개, 타점은 629개였다. 롯데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남긴 선수는 이대호 정도가 전부였다.

전준우는 “안 아픈 선수는 없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경기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어색하고, 죄를 짓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경기에 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한 차례 이탈했을 때를 제외하면 ‘관리가 필요하다’라는 보고조차 올라오지 않는 선수다.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전준우는 마흔한 살인 2027년에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끝난다. 이때까지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가면 롯데 최고령 선수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또 앞으로 205경기만 더 출장하면 롯데 최초의 2000경기 출장 선수가 될 수 있다. 안타 190개를 더할 경우 이대호가 가진 롯데 역대 최다안타(2199개) 기록을 넘어선다. 이렇게 된다면 최동원, 이대호에 이어 롯데 역사상 세 번째 영구 결번 영광을 누릴 자격도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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