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4-28 13:42:57
SK이노베이션의 근간인 정유·화학 부문과 주력 신사업인 배터리 부문이 부진한 데다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횡재세 도입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주가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30만 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10만 원 아래로 추락했다. ‘어닝 쇼크’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오는 30일 실적 발표가 주가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30일 오후 5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860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8% 늘었다. 하지만 1분기가 끝난 후 실적을 추정한 8곳 중 4개 증권사가 영업손실을 점쳤다. DB금융투자 575억 원, 하나증권 880억 원, LS증권 410억 원, IM증권 1580억 원 등이다. 나머지 흑자를 예상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500억 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추정대로라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업계 경쟁사 에쓰오일 역시 1분기 영업손실이 215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1000억 원 이상 적자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은 최고경영자(CEO) 등의 경영평가 기반으로 핵심 성과지표(KPI)를 사용하는데 이 KPI에서 회사 주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주가가 추가 하락한다면 10만 원 회복이 요원해지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 우려 속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7일 9만 7700원(종가 기준)으로 10만 원 아래로 추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처음 10만 원을 돌파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코로나19 여파로 5만 원이 깨졌던 2020년 3월을 제외하곤 계속 10만 원대를 지켰다. 정유·화학 사업 호조와 배터리 기대감이 맞물린 2021년 2월엔 3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주가 추락은 주력 사업들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배럴당 3달러 수준으로 통상 손익분기점(4.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마진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밀었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낸 SK온은 1분기에도 3000억 원 내외의 적자를 봤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SK온의 주력 배터리 제품군인 파우치형의 글로벌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누르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선을 앞두고 횡재세 도입 논의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횡재세는 이익이 많은 기업에 법인세 외에 추가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2023년 정유사를 은행과 함께 대표적인 횡재세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다만 2분기부터는 업황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붙이는 관세 전쟁이 완화와 유예로 방향을 선회하며 정제마진이 지난주부터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발표를 계기로 선반영된 악재를 해소하고 주가가 회복할 수도 있다”면서도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면 악화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우려와 함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