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4-29 14:07:4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은 기업을 겨냥해 “정리해야한다”고 경고하면서 태광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광그룹 내 3개 계열사는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책이 미비해 수년째 주가 부양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저 주가자산비율(PBR)’ 기업이다. 이는 사법리스크 속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부재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그의 복귀 시점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상장사 3곳 모두 PBR 0.2 미만… 30대 그룹 유일
2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PBR은 전날 기준 0.16배로 2641개 코스피 상장사 중 13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하면 0.13배로 상장사 중 4번째였다.
PBR은 기업 주가를 BPS(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주당 순자산에 비해 몇 배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태광산업의 주당 순자산은 466만 8610원인데 전날 기준 72만 7000원에 거래돼 PBR은 0.16배에 그쳤다.
통상 PBR 1배가 안 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 전부를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한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은 것으로 주가 부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단 뜻으로 해석된다. 태광그룹에 속한 나머지 상장사인 흥국화재와 대한화섬도 각각 0.16배, 0.17배로 업종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중 PBR이 0.2배 이하인 기업은 37개인데 이 중 태광그룹 내 전체 상장사 3개가 모두 속했다. 30대 그룹(2024년 자산 기준) 중에서 그룹 내 모든 상장사의 PBR이 0.2배 이하인 것은 태광그룹이 유일하다.
■투자·배당 소극적… 이재명, 저PBR 기업에 “물 흐려”
저 PBR 기업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태광그룹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의 저격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PBR 저평가 기업에 대해 “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태광그룹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재원이 풍부함에도 투자나 주주환원책이 소극적으로 집행되는 영향이 크다. 태광산업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은 지난해 기준 0.0078%에 불과하고, 흥국화재는 7년간 배당을 중단한 상태다.
태광그룹이 2022년 12월 향후 10년간 12조 원 규모로 발표한 투자 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집행된 건은 지난해 8월 청화소다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1500억 원을 투입한 것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십여 년째 이어지며 태광그룹이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온 영향도 있다.
하지만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가 소액주주 이익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면서 태광그룹도 더 이상 주가 관리를 미룰 수는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 긴장감은 이미 상당한데 이 후보가 저 PBR 기업을 콕 집은 만큼 태광그룹이 받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가 아직 들어서지 않아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보호 안 돼 지적 계속 … 이호진 나설까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29.48%)을 비롯해 그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54.53%를 들고 있는 데다가 자기주식 역시 24.41%에 이른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태광산업의 지분 5.95%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소액주주와 손잡고 2021년부터 주주총회 시즌마다 주주 환원책과 투자 등을 요구했다. 2022년 12월에는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요구했다.
태광그룹이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선 결국 이 전 회장이 복귀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하고, 주주환원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복귀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부 출범 등 시점을 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