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방치’ 소액주주 울린 태광그룹… 이재명 ‘저PBR’ 경고에 긴장

상장사 3개 모두 PBR 0.2 이하 기록해
이재명 “시장 물흐리는 기업 청산해야”
투자·주주환원 소극적·주주 불만 지속
이호진 회장 사법리스크에 보수적 경영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4-29 14:07:43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은 기업을 겨냥해 “정리해야한다”고 경고하면서 태광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광그룹 내 3개 계열사는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책이 미비해 수년째 주가 부양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저 주가자산비율(PBR)’ 기업이다. 이는 사법리스크 속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부재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그의 복귀 시점이 빨라질지 주목된다.


■상장사 3곳 모두 PBR 0.2 미만… 30대 그룹 유일

29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PBR은 전날 기준 0.16배로 2641개 코스피 상장사 중 13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하면 0.13배로 상장사 중 4번째였다.

PBR은 기업 주가를 BPS(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주당 순자산에 비해 몇 배에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태광산업의 주당 순자산은 466만 8610원인데 전날 기준 72만 7000원에 거래돼 PBR은 0.16배에 그쳤다.

통상 PBR 1배가 안 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 전부를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한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은 것으로 주가 부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단 뜻으로 해석된다. 태광그룹에 속한 나머지 상장사인 흥국화재와 대한화섬도 각각 0.16배, 0.17배로 업종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중 PBR이 0.2배 이하인 기업은 37개인데 이 중 태광그룹 내 전체 상장사 3개가 모두 속했다. 30대 그룹(2024년 자산 기준) 중에서 그룹 내 모든 상장사의 PBR이 0.2배 이하인 것은 태광그룹이 유일하다.


■투자·배당 소극적… 이재명, 저PBR 기업에 “물 흐려”

저 PBR 기업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태광그룹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후보의 저격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PBR 저평가 기업에 대해 “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태광그룹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재원이 풍부함에도 투자나 주주환원책이 소극적으로 집행되는 영향이 크다. 태광산업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은 지난해 기준 0.0078%에 불과하고, 흥국화재는 7년간 배당을 중단한 상태다.

태광그룹이 2022년 12월 향후 10년간 12조 원 규모로 발표한 투자 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집행된 건은 지난해 8월 청화소다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1500억 원을 투입한 것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십여 년째 이어지며 태광그룹이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온 영향도 있다.

하지만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가 소액주주 이익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면서 태광그룹도 더 이상 주가 관리를 미룰 수는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 긴장감은 이미 상당한데 이 후보가 저 PBR 기업을 콕 집은 만큼 태광그룹이 받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가 아직 들어서지 않아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보호 안 돼 지적 계속 … 이호진 나설까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29.48%)을 비롯해 그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54.53%를 들고 있는 데다가 자기주식 역시 24.41%에 이른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태광산업의 지분 5.95%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소액주주와 손잡고 2021년부터 주주총회 시즌마다 주주 환원책과 투자 등을 요구했다. 2022년 12월에는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자금 지원 계획을 철회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요구했다.

태광그룹이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선 결국 이 전 회장이 복귀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하고, 주주환원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복귀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부 출범 등 시점을 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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