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 '지방 소멸 경고' 파격 포스터

소주 회사 직설적 메시지 화제
향토 기업 고사 위기 극복 호소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2025-06-12 18:26:37

지방 소멸 방지 문구를 파격적으로 내세운 대선주조의 포스터. 대선주조 제공 지방 소멸 방지 문구를 파격적으로 내세운 대선주조의 포스터. 대선주조 제공

향토기업 대선주조가 브랜드 이미지가 투영된 모델 대신 ‘지방 소멸 방지’ 문구를 직설적으로 넣은 파격 포스터를 선보여 화제다. 대선주조는 지방 소멸을 빗대 지역 소주 시장의 위축을 호소하며 소비자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12일 대선주조에 따르면 최근 ‘지방 소멸 방지’ 포스터를 부산 지역 음식점, 주점 등에 배포했다. 포스터의 특징은 소주 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델 대신에 지방 소멸 방지라는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주류업의 포스터는 소주는 여자 모델, 맥주는 남자 모델을 쓰는 게 공식이다. 대선주조도 한예슬, 박기량, 마마무 등을 주로 기용했다. 최근에 대선에서 선보인 AI 모델도 여성이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진지한 메시지’를 내세운 포스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지방의 어려움을 통해 지역 소주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업계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셈이다.

실제 대선주조 매출액은 2020년 전후 800억 원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 지난해 519억 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지역 경기 침체와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 탓이다. 시장점유율도 2018년 70%대에서 30%대로 떨어졌다. 2016년 대선주조는 지역 시장 점유율이 20% 후반대로 하락하자 삼보일배 가두 행진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호소한 바 있다.

소주업계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공세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1840억 원, 롯데칠성음료 1265억 원의 광고 비용을 집행했다. 이는 지역 소주 제조사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주류 시장에서는 지역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지역 소주 위기는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소매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양사의 소주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부산 대선주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제주 한라산, 창원·경남 좋은데이, 전남 보해양조, 대구·경북 금복주, 대전·충남 선양 등 지역 향토 소주기업들이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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