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6-24 11:19:17
올여름 극장가는 다채로운 장르물로 채워질 예정이다. 히어로물, 좀비물, 판타지 코미디 등 장르적 개성이 뚜렷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비중은 다소 줄어든 반면, 외화 텐트폴과 독창적인 설정의 국내 장르물이 각각의 타깃층을 겨냥하며 흥행을 노린다. 공연 실황 영화는 K팝 팬덤을 기반으로 한 고정 수요를 형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외화 중심의 텐트폴 개봉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에서 시작된 33년 차 시리즈의 7번째 작품이다. 이번 신작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 쥬라기 공원의 비밀 연구소가 있는 지구상 가장 위험한 섬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연인 스칼렛 요한슨과 조나단 베일리, 루퍼트 프렌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다음 달 1일 한국을 찾아 국내 관객을 만난다. 신작에선 공룡의 DNA 복원과 생태계 재편 문제를 넘어,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시대에 벌어지는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익숙한 캐릭터와 새로운 주인공이 함께 등장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DC 유니버스의 리부트작 ‘슈퍼맨’도 같은 달 9일 개봉한다. 새로운 배우와 연출진으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고전 히어로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작품에선 히어로 집안싸움이 아닌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맨’의 오리지널리티를 더욱 살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을 연출한 제임스 건이 DC 스튜디오 수장을 맡은 후 첫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이 영화는 ‘슈퍼맨’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요소도 있지만 캐릭터 자체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 영화계는 대작보다는 참신한 장르물로 여름 시장에 접근한다. 인기 원작을 모티브로 하거나 재난·액션·게임적 구조를 서사에 가미해 관객의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CG 제작,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둔 연출도 눈에 띈다.
먼저 이민호 주연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스크린에 걸린다. 다음 달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이 작품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 속에서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작품이다. 세계 멸망과 생존 경쟁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해 재미를 더했다. 대형 컴퓨터그래픽(CG)와 게임적 구조를 가미해 MZ세대 관객까지 겨냥한다. 이민호, 안효섭, 채수빈, 신승호 등이 의기투합했다.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좀비물과 가족극을 결합한 ‘좀비딸’은 조정석이 주연을 맡아 활력 있게 이야기를 이끈다. 갑작스러운 좀비 사태 속에서 좀비로 변한 딸과 살아남은 아버지의 관계를 비춘다.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더불어 가족애, 부성애, 사회 풍자 등을 결합한 영화다. 기발한 설정과 예측불가한 전개,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최유리가 사랑스러운 좀비 딸 수아를 연기한다. 다음 달 중 개봉한다.
코미디 영화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도 신작을 선보인다.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악마가 이사왔다’는 평범한 가족의 집에 갑자기 악마가 이사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코미디다. 초자연적 설정과 블랙코미디를 결합해 웃음 요소를 더했다. 감독의 전작이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성과를 낸 만큼, 관객들의 기대도 높은 편이다. 지난 2022년 ‘2시의 데이트’라는 제목으로 처음 알려졌던 이 작품은 제목을 바꾼 뒤 촬영 종료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극장 콘텐츠의 다양화 흐름 속에서 공연 실황 영화는 분명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여름에는 글로벌 K팝 그룹들의 대형 콘서트를 담은 실황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모습을 담은 ‘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소울: 원’이다. 2020년 비대면 콘서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공연 실황과 백스테이지 인터뷰, 멤버별 클로즈업 등을 고해상도로 편집해 극장에서 상영된다. 기존에 발매된 콘서트 DVD를 극장 상영 버전으로 별도 제작했다. 다음 달 10일 스크린에 걸린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월드 투어 실황 영화도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날 공개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월드 투어 액트: 스위트 미라지’다. 지난 2023년 TXT의 두 번째 월드투어를 담은 작품이다. 그룹 세븐틴의 월드 투어 ‘비 더 선-서울’도 BTS, TXT 공연 실황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해 극장가를 다채롭게 꾸밀 예정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여름 스크린 개봉작은 색깔이 뚜렷한 영화가 포진할 예정이라 출혈경쟁이 적을 것”이라며 “더위를 날릴 수 있는 가벼운 소재의 작품들도 여러 편 있어 관객의 선택을 넓혀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