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09-18 18:31:34
국내 커피 원두 수입량의 90% 이상이 들어오는 부산항이 위치한 부산은 커피도시로 불린다. 부산은 커피 프랜차이즈 개점 열기가 뜨겁고, 해안을 배경으로 커피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 성장이 커피 도시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다. 단순 소비를 벗어나 또 다른 고부가가치를 발굴해야 글로벌 커피 도시로서의 성장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원두를 선별하고, 투명한 원두 품질 정보를 반영한 옥션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여부가 커피도시 부산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5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이채윤 부산테크노파크 라이프산업단 부장이 ‘기술과 데이터 혁신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커피도시 부산’을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섰다. 이 부장은 우선 부산의 가장 큰 강점인 ‘원재료 수급’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감각에 의존한 원두 품질 정보가 아닌, 정량화 가능한 원두 데이터 구축을 제안했다.
데이터 기반의 원두 품질 정보를 통하면 생산자조차도 몰랐던 새로운 원두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세계 원두 생산자의 4%만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며 “나머지 96%는 노력과 품질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원두 가치를 다 인지하지 못한 채 거래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실제 부산테크노파크가 부산 커피산업 향상을 위해 진행 중인 발걸음도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테크노파크가 원두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해 온 정책 중 하나로, 2023년부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두 품질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이 플랫폼에 원두 샘플을 보내면 해당 생두의 데이터값 1만 5000개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이 부장은 “해당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최적의 맛을 이끌 수 있는 로스팅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이 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두 옥션 플랫폼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커피 거래 플랫폼은 데이터가 아닌 관능, 감각, 경험에 의존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이 부장은 “원두 생산국에서 소비국까지 평균 9만 km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동 과정에서 원두 보관 상태나 품질 데이터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 정보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없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부산에서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진행 중인 플랫폼에서는 이런 정량적인 데이터에 감각에 의존한 품질 정보를 더해 제공할 수 있다. 이 부장은 “전 세계 커피 도시의 면면을 살펴보면 부산과 비슷한 점이 많다. 커피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가장 많은 원두 거래가 일어나는 도시들이었다”며 “커피 도시의 후발 주자로 나서는 부산이 데이터 기반의 원두 옥션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커피 도시 부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