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9-16 21:00:00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실’ 평가를 받는 지방 건설사가 3년 새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 손꼽히던 여러 중견 건설사들도 잇따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지역 건설업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는데,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부산일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공 받아 분석한 ‘2022~2025년 신용평가 및 상시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HUG의 전체 보증거래업체 2740곳 가운데 397곳이 ‘주의’ 또는 ‘경보’를 받아 부실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까지 더한다면 역대 처음으로 전국의 부실 위험 업체가 1000곳을 넘게 된다.
특히 주의 또는 경보를 받은 지방 건설사는 247곳으로 수도권(150곳)에 비해 100곳 가까이 많았다. 2022년만 해도 지방의 부실 건설사는 114곳에 불과했는데 3년 만에 그 숫자가 116%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220곳을 기록하며 수치가 확 뛰더니 올해도 부실 업체가 늘어났다.
HUG 상시 모니터링은 통상적인 신용등급평가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정상→관찰→주의→경보 순으로 부실 위험도가 높아진다. 내부 정보(보증·사업장 정보)와 외부 정보(재무 자료·신용공여·채무불이행 정보 등)를 반영해 거래 업체의 신용 상태를 파악하는 경보 시스템이다.
HUG의 신용평가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드러났다. 2022년 HUG가 실시한 신용평가에서 BB+ 이하 등급을 받은 지방 업체는 860곳이었으나, 올해는 1022곳으로 18.8%가량 증가했다. 통상 BB+~B- 등급이면 재무 안정성은 보통이지만, 채무 상환 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등급은 부도 직전의 위험, D등급은 디폴트 상태로 볼 수 있다.
지방 건설 경기 불황 여파로 관련 대출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상반기 말 건설업 연체 대출은 총 23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116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규모다. 불과 6개월 만에 연체 대출이 1200억 원 가까이 불었다.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폐업 신고를 한 종합 건설사도 증가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 건설사는 437곳으로 전년 동기(396곳)보다 10.4%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을 중심으로 수요 위축, 미분양 확대 등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건설업 채무자 건전성이 악화하고 연체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건설 경기 추락에 부산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100위권 내 6개였던 부산 건설사는 올해 4개로 감소했다. 이를 전국 200위권으로 넓히면 작년에는 18개였지만 올해는 12개로 감소 폭이 더욱 크다.
이런 탓에 수도권 대기업들로부터 지역 건설사들의 일감을 보호해 주는 장치인 ‘지역의무공동도급제’마저 지역 업체 시평액 하락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지역 업체 실적이 줄었다고 해서 지역 업체 몫을 줄이면 앞으로 더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