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9-18 20:44:31
해양수산부 이전은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다. 부산이라는 도시 미래를 다시 설계할 기회다. 역사적 전환점을 맞아 정부 비전과 지역 균형발전, 부산이 나아갈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열린 ‘2025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해수부 이전 파급 효과를 비롯해 마이스터고를 통한 인재 양성, 커피 산업의 글로벌 도약 가능성까지 다양한 의제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부산일보〉와 부산시, 부산시교육청이 공동 주관하고 BNK금융그룹과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18일 해운대 웨스틴조선 부산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권혁제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박 시장과 전 장관이 ‘해수부 이전으로 여는 글로벌 해양강국의 길’을 주제로 나눈 첫 번째 세션이었다. 두 사람은 해수부 이전을 단순한 행정 재배치가 아니라 북극항로 개척, 해양수도권 조성, 공공기관과 기업 집적을 통한 국가 성장 전략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로 촉발된 동남권투자공사 논란을 두고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박 시장은 “산업은행 대신 동남권투자 ‘은행’이 아닌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산업은행 유치를 기대하며 남부권 산업 진흥을 바라던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은행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기관이어야 하지만, 해수부 산하 ‘투자공사’ 형태로는 그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채로 약 50조 원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 장관은 “은행 형태로 설립하면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를 받아야 하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도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 동남권 기업에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은행보다 공사가 더 적합하다. 공사채 3조 원을 발행하면 약 5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세션은 ‘지역교육혁신을 위한 마이스터고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좌장을 맡은 권혁제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의 진행 아래 자동차·소프트웨어·전자 분야 마이스터고 교장과 산업계 대표들이 참여해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부산전자공고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전환 계획이 큰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 세션은 ‘기술과 데이터 혁신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커피도시 부산’을 주제로 진행됐다. 커피 연구자와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생두 품질 분석, 온라인 경매, 인증 체계 도입 등을 제안하며, 부산이 세계 커피 유통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손영신 부산일보사 사장은 “부산은 바다를 향해 길을 열며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개척의 도시였고, 그 정신은 지금도 살아 있다”며 “항만·물류와 기술을 중심으로 금융, 문화, 관광이 어우러질 때 부산은 글로벌 혁신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