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3% 오를 때 원달러 6%↑”…145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

원달러 환율 연일 고공행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2025-11-16 16:01:53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16일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16일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3.1% 오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6.1%나 급등하면서 국내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 균형 이탈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6일 1378.9원까지 하락했다가, 달러 강세에 이달 11일 1463.3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가 96.6에서 99.7로 약 3.1% 올랐는데, 원달러 환율은 두 배인 6.1%나 뛰었다. 원달러 환율 변동률은 엔달러(4.6%), 달러유로(-1.7%), 위안달러(0.1%)보다도 컸다.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미국 관세 정책 리스크,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들었다.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방식이 지난달 말에야 확정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경로 불확실성도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9조 원 넘게 내다 팔고, 이른바 ‘서학개미’ 등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역대급으로 사들이면서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전체 거래일 중 약 4분의 1의 주간 거래 종가가 1450원을 넘는 등 높은 환율 수준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연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15.28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1998년(1394.97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 이유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세가 꼽힌다. 올해 9월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827억 7000만 달러)는 직접투자·증권투자 순자산 증가 규모(809억 9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10월과 11월 해외주식 투자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렸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과 보험사, 기업뿐 아니라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의 해외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었다”며 “경상수지 흑자에도 구조적인 달러 유출 확대가 원화 약세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인공지능(AI)업종 고평가 우려에 국내 주식을 9조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환율이 계속 오르자 수출업체들도 달러 매도를 미루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해 환 헤지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이 지난 14일 시장상황점검회의 이후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따른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됐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인 1480원대를 넘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 개입으로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증시 조정 국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도 이어지고 있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발동 레벨로 추정되는 1,480원대 초반이 심리적인 저항선이 될 수 있고, 저항선이 돌파된다면 1500원 도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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