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12-07 08:00:00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조세특례제안법 개정안 등 안건을 심사하기 위한 조세소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을 앞두고 배당주가 주목받고 있다. 성장주 랠리가 꺾이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연되면서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안정적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배당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이 확정되며 고배당 종목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증시 변동성에 배당주 주목
올해 국내 증시는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힘입어 강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11월부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일 장중 사상 최고치(4221.87)를 경신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4000선을 기준으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조정기가 한 달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주가 뚜렷하게 선방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11월 28일) 3970.67로 장을 마감했다. 10월 말(3826.18)과 비교해 1개월 새 3.78%(144.49포인트)가 올랐다. 같은 기간 4107.50에서 3926.59로 4.4% 하락한 코스피와 대조적이다.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삼성전자·현대차·KB금융 등 코스피 상장주 중 배당 성향이 높은 50개 대형주로 구성된 지수다.
증시가 불안정할수록 주목받는 ‘안정성’은 배당주의 대표적 강점으로 평가된다. 성장주에 비해 주가 상승 폭이 작지만 대신 보다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소위 ‘방어주’ 성격으로 배당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앞세워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다 보니 배당주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 연말·조정 국면에 돌아온 배당주
증시 조정 국면에 연말 배당 시즌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배당주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보통 증시 투자자들은 9~10월부터 연말 배당 시즌을 노리고 배당주에 진입한다. 통상 많은 기업들이 12월 말을 배당 기준일로 삼고, 이보다 이틀 전까지 주식을 사야 배당받을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체 코스피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 입장에서 배당주를 주목하는 이유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고배당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코스피(10.1배)보다 약 23% 낮은 수준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가 60.6% 상승하는 동안 고배당주는 32.5% 상승해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하회했다”며 “반면 11월 코스피가 6.2%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고배당주는 1.9% 상승하며 시장 대비 뚜렷한 상대 강세를 기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 안정성이 높은 종목군 중심으로 수급이 유입되며 금리 불확실성과 실적 피크아웃 논란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방어적 스타일로서의 매력이 강화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커진 기대감
특히 기업들의 적극적인 배당을 유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른바 ‘정책적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상법개정안과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슈는 금융·지주·증권 등 이른바 배당주 업종을 강하게 끌어올린 요인이었지만, 정책 구체화 단계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되며 1차 상법개정안 통과 당시와 세제개편안 발표 때도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그동안 당국은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기는 주주를 종합과세 대상자로 삼아 최고 45%(지방소득세 포함 49.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왔다. 이자·배당소득이 합계 연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근로·사업 소득 등과 별도로 14%(지방소득세 포함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배당소득에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배당소득 2000만 원까지는 현행과 동일한 14%, 20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는 25%의 세율이 부과된다. 50억 원을 초과하는 배당금에는 최고 30% 세율이 적용된다. 분리과세 대상 기업은 2024년 대비 현금배당액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우수형’(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노력형’(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액 10% 이상 증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에 대해 정부 원안보다는 요건이 강화되며 적용 범위가 다소 좁아졌지만, 기업과 개인 투자자 모두 이익 개선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수혜 기업은
시장에서는 수혜 기업 선별 작업이 본격화됐다. 제도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만큼 올해 결산 배당에서 어떤 기업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배당 업종인 금융과 통신이 가장 뚜렷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올해 실적과 배당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예상치)가 존재하는 413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배당 성향 40% 이상인 기업은 48곳,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배당 증가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53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은 22곳이었으며, 중복을 제외하면 총 79곳으로 상장사의 약 19%가 올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글로비스,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JB금융지주, 대신증권, 코웨이 등을 대표적인 유망 종목으로 언급했다. 삼성증권도 KB금융, 신한지주, 삼성생명, HD한국조선해양, LG화학 등을 ‘우수형’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노력형’ 수혜 종목으로 분류했다. 금융주는 분기 배당 증액이 불가피한 기업이 많아 실적 측면 부담은 있으나, 장기 투자자 유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친화정책 강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 3사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성이 높은 섹터로 분류된다.
■ 배당주 ‘옥석 가리기’ 필요
‘옥석 가리기’도 요구된다. 전체 상장사 중 고배당 요건 충족 기업이 약 12%에 불과하며, 배당성향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배당주를 배당락일 직전에 사서 배당락일에 파는 것보다는 미리 매수해 내년 초까지 들어가는 편이 더 수익률이 좋다. 배당락일에는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해 주가가 상당 부분 떨어질 우려가 있다.
다만 숨 고르기에 들어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배당주는 확실히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 수익 확보와 장기 보유 관점에서 고배당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급등보다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주주환원 트렌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매수 전략이 더 유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